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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마을 생기자 진짜 송월동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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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마을 생기자 진짜 송월동은 사라졌다"

입력
2014.04.0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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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마을 조성사업으로 인천 송월동의 역사와 문화적 특성, 주민들의 이야기가 모두 묻혀 버렸다."

인천시와 중구가 추진하고 있는 중구 송월동 동화마을 조성사업이 연구나 공모없이 이뤄져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인천지역 문화예술인들은 1일 "동화마을은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독일 등 외국인 거주지였던 역사가 무시되고 지역주민과 예술인들이 배제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면서 "주변 개항장 거리, 근대문학과도 동떨어진 세계 명작동화를 주제로 한 동화마을이 수 십 년 간 이어진 마을 경관을 하루아침에 없애 버렸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높이지 못하는 전시행정이라는 것이다.

민운기 대안 문화예술 활동공간 '스페이스 빔' 대표는 "동화마을 방문객들은 송월동과 관련 없는 엉뚱한 이미지를 소비하고 가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몰려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집값이 오르면 성공한 것이라는 돈의 논리가 답답하다"고 말했다.

민 대표는 동화마을 축제와 함께 원도심 저층주거지 관리사업 기공식이 열린 지난달 31일 동화마을에서 '진정한 송월동을 찾습니다'라는 주제로 퍼포먼스도 벌였다.

이종복 터진개 문화마당 황금가지 대표(시인)는 "동화마을은 공모나 연구용역 등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면서 "1900년 대 독일 영사관 건물(현 섭리수녀원), 독일 상인 파울 바우만의 집(현 송월초)이 있던 송월동의 역사와 송월동을 40년간 지키며 왕성한 활동을 한 동화작가들은 철저히 무시됐다"고 말했다.

이성진 인천골목문화지킴 대표(영화여자정보고 교사)도 "경남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은 수많은 작가들이 마을에 머물면서 주민과 소통하는 과정을 거쳐 조금씩 완성한 반면 송월동 동화마을은 행정기관에 의해 획일적으로 조성돼 다양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며 "2년마다 국제 공모전을 열어 새로운 벽화를 그려나가는 동피랑과 비교해 지속 가능성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동화마을 조성사업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중구는 작년 4월부터 송월동에서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을 추진했다. 당초 낡은 담장과 외벽에 벽화를 그려 넣고 도로를 정비하는 수준이었으나 두 달 뒤 '오즈의 마법사' 등 동화를 주제로 한 벽화마을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배제되고 예산 전용, 사후 관리방안 부재, 저작권 침해 등의 문제가 불거졌다.(한국일보 2013년 10월 24일 12면)

한편 시와 중구는 동화마을을 원도심 저층주거지 관리사업 대상으로 선정하고 올해 벽화 작업 등에 39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중구는 동화마을을 송월동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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