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인공조명으로 서울의 빛공해가 심각하다. 강남대로에 설치된 영상전광판은 기준치를 최대 18배, 일부 장식조명은 270배를 넘었다.
한국본보 사진부 기획팀이 홍승대 신안산대 건축학과 교수의 자문을 받아 서울 한남대교 남단에서 강남역사거리까지 3㎞ 구간에서 대형 옥외 광고물의 밝기를 직접 측정한 결과 영상전광판 17개 중 15개가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빛공해 방지법)에서 정한 상업지구 허용기준(㎡ 당 1,500칸델라)을 초과한 것으로 1일 나타났다. 평균 기준치의 8배였다. 강남구에서 설치한 영상정보판인 미디어폴조차 기준치의 17배 이상 밝았다. 민간 업체의 간판 19개 중 기준치를 지킨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그나마 오차범위를 감안해 실제 측정치에서 10%를 뺀 값이라고 홍 교수는 밝혔다.
밝기 변화가 심한 영상광고판은 운전자들에게 위협적이다. "번개처럼 번쩍번쩍하는데 안 볼 수 있나? 한 번 쳐다보고 다시 적응하려면 한참이 걸려요." 서울 강남역에서 대기 중인 택시기사 이모(59)씨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눈이 아프다고 말한다. 부근에선 300㎡, 156.6㎡짜리 대형 영상전광판이 쉴 새 없이 강렬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주천기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야간에는 동공이 확대되기 때문에 잠깐의 강한 빛에도 순간적으로 눈앞이 깜깜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은일 고려대 의대 교수도 어린이의 경우 빛공해로 인한 수면장애가 성장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야간에 과다한 빛에 노출된 지역의 여성이 그렇지 않은 지역의 여성보다 유방암 발병률이 73% 높다는 이스라엘의 연구결과도 있다.
환경부 의뢰로 김정태 경희대 건축학과 교수가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서울지역 300곳을 조사했을 때도 장식조명의 경우 73%, 공간조명 65%, 광고조명 31%가 기준치를 넘었다. 김 교수는 "광고물이 새로 생길 때마다 기존의 것보다 더 밝아야 효과가 있기 때문에 광고물이 늘수록 도시가 밝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빛공해 방지법이 제정된 지 2년이 됐지만 단속이나 규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 실행의 전제 조건인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한 지자체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나날이 밝아지는 도시는 더 이상 자랑스런 문명의 상징이 아니다. 탁해지는 대기처럼 문명의 대가일 뿐이다. 빛에 오염된 도시의 밤은 별을 찾는 즐거움을 앗아가고 여름철 한밤중까지 매미를 울게 만든다. 어둠과 적막, 밤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김 교수는 인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다같이 밝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같이 어두워져야 한다. 이것이 생태 친화적이고 에너지 낭비를 막는 길이다."
● 빛공해
인공조명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해 과도하게 누출된 빛이 인체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태양이나 달빛 등 자연광으로 인한 피해는 포함되지 않는다.
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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