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로부터 거액을 받아 챙기고 회사 돈을 횡령한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서영민)는 2008년 12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홈쇼핑 방송시간과 프로그램 편성과 관련한 청탁을 받고 납품업체 5곳으로부터 9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롯데홈쇼핑 이모(47) 전 생활부문장을 최근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2007년 12월부터 2010년 1월까지 납품업체에서 그랜저 승용차를 포함해 2억7,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전직 구매담당자(MD) 정모(44)씨도 구속했다. MD는 홈쇼핑 채널에서 상품 기획과 소개, 방송 지속 여부 결정 등의 권한을 갖고 있어 납품업체 입장에서 '슈퍼 갑'으로 통한다.
현직 임직원 2명이 회사 돈을 횡령한 사실도 적발됐다. 검찰은 인테리어 업체에 공사대금을 과다 지급한 뒤 차액을 돌려 받는 수법으로 롯데홈쇼핑 법인자금 6억5,000만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김모(50) 고객지원부문장과 이모(50) 방송본부장을 구속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판매 여부 및 방송시간 결정 권한이 전적으로 홈쇼핑 사업자에 있다 보니,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사활을 걸고 금품로비를 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검찰은 롯데홈쇼핑과 관련한 뒷돈 거래 첩보를 입수해 지난달 17일 납품업체 7곳의 사무실과 대표 자택 등을 압수수색 했으며, 확보한 자료 등을 토대로 자금 흐름을 추적해 왔다. 검찰은 납품업체에서 받은 돈과 횡령 금액이 거액인 점에 비춰 회사 고위층에 자금 일부가 상납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계좌추적과 관계자 진술 등을 통해 검은 돈의 종착지를 규명할 방침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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