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이 중동평화회담 진척을 위해 조나단 폴라드(59) 조기석방을 논의 중이라고 미 언론들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미 해군 정보분석가 출신인 폴라드는 1985년 이스라엘에 기밀서류를 넘겨줘 간첩죄로 종신형을 선고 받고 30년째 복역 중이다. 평화협상과 무관한 폴라드 석방이 논의되는 것은 미국이 협상의 불씨를 살리려 얼마나 애쓰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 마감시한은 이달 29일이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죄수 28명의 석방 약속을 어기고, 서안에 정착촌 건설을 계속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스라엘은 협상시한을 6개월 연장하면 400명의 죄수를 추가 석방할 수 있다고 수정 제의했으나, 팔레스타인은 죄수 석방이 없다면 협상은 29일 종료된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을 방문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약속이행과 협상연기를 촉구하며 폴라드 석방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폴라드 석방을 제안할 경우 거부하기 힘들 만큼 그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미국 역사상 그처럼 단기간에 많은 고급 정보를 훔친 간첩이 없는데다, 이스라엘은 그가 건넨 정보 가운데 미국의 정보수집 관련 내용을 소련에 넘겨주고 대신 소련 내 유대인의 이주허가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이스라엘은 폴라드를 영웅 취급하며 기회 있을 때마다 미국에 사면, 인도를 끈질기게 요청했다. 반대로 미국 정보기관들은 폴라드가 끼친 해악이 너무 크다며 정치적 석방에 반대했으며, 98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석방을 검토하자 당시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항의 표시로 사임 위협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 미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폴라드 석방 논의를 부인하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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