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신입생 한모(29)씨는 요즘 돈 걱정에 교과서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학교측이 최근 로스쿨생의 장학금을 대폭 줄이고 등록금을 10% 가까이 올렸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한씨는 앞으로 3년간 1,896만원을 더 내야 한다.
건국대 로스쿨생 100여명은 1일 등록금 인상과 장학금 축소에 반발해 무기한 수업 거부에 돌입했다. 건국대 로스쿨은 75%이던 장학금 지급률(정원 절반에 등록금 전액, 나머지는 반액 지원)을 올해부터 40%까지 낮추기로 했다. 등록금은 9.8% 인상해 학생이 부담해야 하는 등록금은 연 632만원 늘었다.
학교측은 "큰 폭의 장학금 혜택은 긴축 재정을 해야 하는 사립대 형편에 맞지 않고 입학 전 등록금 인상을 통보했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교측이 등록금을 일방적으로 올렸다며 반발하고 있다. 신입생 김모(40)씨는 "로스쿨은 두 군데만 지원할 수 있어 원서 제출이 곧 최종 선택인데 학교가 합격자 발표 이후에야 등록금 인상 사실을 통보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건국대 관계자는 장학금 인하에 대해 "장학금 75% 지급은 2009~2011년 3년에 국한됐던 얘기"라며 "학생들이 이를 고정된 제도처럼 여긴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장학금 축소는 교육부도 문제 삼는 부분이다. 로스쿨은 5년마다 로스쿨 운영 계획을 담은 '법학전문대학원 재인가 이행 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한다. 교육부는 건국대의 장학금 인하 폭이 지나치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이후 두 차례 장학금 축소를 불허했다.
로스쿨생들은 대학들이 대형 학부와 일반 대학원은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로스쿨만 인상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전국 28개 로스쿨 중 건국대, 중앙대(8%), 서강대(3.8%)를 포함 10곳이 올해 등록금을 인상했다. 김병주 건국대 로스쿨 학생회장은 "등록금 인상은 저소득층이 법조인이 될 길을 막고 학생들을 수천만원의 빚더미에 몰아넣는 처사"라며 "로스쿨이 '돈스쿨'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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