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종(39·LG), 문태영(36·모비스) 형제가 가장 높은 곳에서 만났다. 10대 시절 매일같이 집 뒷마당 농구장에서 경기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20년이란 세월이 흘러 챔피언 반지를 두고 한 무대에 나란히 섰다.
문태종과 문태영은 1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7전4선승제) 미디어데이에서 유쾌한 설전을 벌였다. 먼저 문태종이 “10대 때 상대 팀에서 매치업을 이뤄 경기를 했는데 내가 많이 이겼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문태영은 “물론 그 당시 형이 많이 이겼지만 지금은 둘 다 대학과 해외 리그에서 경험을 많이 쌓았다.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고 맞받아 쳤다.
이들은 지난 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한 차례 맞붙어 문태영이 웃었다. 문태영의 모비스는 문태종이 버티는 전자랜드에 내리 3연승을 거두고 챔프전에 올라 우승까지 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4강이 아닌 챔프전에서 다시 만났다. 우승 문턱에서 두 아들이 맞붙자 어머니 문성애(58)씨는 모바일 메신저로 각각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문태종은 “어머니가 ‘둘이 같이 결승전에 올라가 기쁘다. 어떤 팀이 이기던지 상관없다’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문태영이 공개한 메시지 내용은 조금 달랐다. 문태영은 “형제에게 다른 애기를 해준 것 같다. 나에게는 ‘작년에 네가 챔피언에 올랐으니 올해는 형에게 양보해라’고 전했다”며 웃었다. 이어 문태영은 “올해 형이 코트에서 자주 넘어지더라. 형의 약점을 꼽자면 나보다 늙었다는 점”이라며 형을 넘어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양 팀의 간판 김종규(23ㆍLG)와 양동근(33ㆍ모비스)도 열띤 입씨름을 벌였다. 김종규는 “대학 시절에 처음 우승했을 때 매우 기뻤는데 그 뒤로도 많이 우승해서 덤덤해졌다”고 여유를 보인 뒤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때 우승하면 (김)시래 형을 업고 코트를 돌겠다고 약속했다. 꼭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옆에서 양동근은 “종규가 우승을 많이 해봤다고 해서 부럽네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종규가 세리머니를 보여준다는데 그거 보기 싫어서라도 꼭 우승해야겠다. 우승하면 종규 등에 업혀서 코트를 한 바퀴 돌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양 팀 감독들은 “이번 시리즈를 4승2패로 끝내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진(53) LG 감독은 “선수들이 성장해 나가면서 자신감이 많이 올라온 상황”이라며 “정규리그 1위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유재학(51) 모비스 감독은 “단기전은 집중력 싸움이다. LG의 신선한 돌풍과 모비스의 풍부한 경험을 충분히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챔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섭기자
한국스포츠 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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