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주도, 물올랐다. 꽃은 흐드러지고 바다는 제대로 쪽빛이다. 봄날 이 예쁜 섬에 갈 계획 있다면 서남쪽 용머리해안과 산방산을 메모해 둔다. 둘 다 자연이 조각한 기막힌 작품들이다. 꽃보다 화려한 풍경이 경탄을 넘어 경외를 느끼게 한다. 근처에 화순곶자왈도 있다. 볕 들지 않을 만큼 울창한 숲이 숨 멎을 듯 경건하다. 기이하고 웅장한 제주도의 비현실적 풍경을 쫓으면 아옹다옹 세상사, 참 별 거 아니라는 생각 든다. 이거 느끼고 나면 다음부터는 제주도가 전보다 더 아름다워 보인다.
● 대지와 바람과 파도의 걸작…용머리해안과 산방산
용머리해안은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 있다. 그 유명한 산방산 기슭이다. 이 산 중턱에서 보면 왜 ‘용머리’인지 알 수 있다. 꼭 용이 머리 들고 바다로 들어가는 형국이다. 어쨌든, 중세 범선 모형이 있는 그 바닷가 맞다. 천지연폭포만큼이나 유명해 관광객들 북적인다고 그냥 지나치면 손해다. 이 정도 수고와 입장료(2,000원) 값은 하고도 남는다. 사람 몰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여기, 참 기경(奇景)이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조각들이 수두룩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진 바닷가 야외 갤러리다. ‘작품’들은 해안으로 내려가야 보인다. 안에 발 들여 놓는 순간 눈이 깜짝 놀란다. 거짓말 약간 보태면, 호주의 그레이트오션로드 해안이나 미국 서부의 협곡같은 비현실적인 풍경이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00만년 전, 바다 속에서 터진 용암이 바닷물 만나 격렬히 폭발했다. 이 때 뿜어져 나온 화산분출물이 층층이 쌓여 수십미터 높이의 사암층이 됐다. 바람과 파도는 영겁의 시간 동안 이 땅을 멋지게 조각했다.
본격 작품 감상. 암벽 한 가운데가 뻥 뚫린 돌개구멍을 보고 바위에 벌집모양의 홈이 파인 풍화혈도 구경한다. 바람과 파도가 뚫어놓은 해식동굴, 수평으로 쌓인 선명한 퇴적층도 감상한다. 볼수록 자연의 놀라운 솜씨에 입이 쩍 벌어진다. 깎아지른 직선, 부드러운 곡선의 가장 절묘한 조화가 여기에 있다. 자연이 그린 가장 아름다운 기하학적 무늬도 본다.
이렇게 멋진 해안은 그 옛날 중국까지 소문났나 보다. 이 일대가 왕이 날 형세라고 판단한 진나라 시황제는 호종단을 보내 용의 꼬리부분과 잔등 부분을 칼로 끊으라고 했다. 호종단이 이렇게 했더니 놀랍게도 용머리형상의 땅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이를 지켜본 산방산은 며칠 동안 슬피 울었다. 멋진 풍경에 걸맞는 전설이다. 스토리가 있어야 대세에 들 수 있다. 요즘은 돈 많은 중국인 신혼부부들이 여기서 웨딩사진 참 많이 찍어간다.
제주도 최고의 해안 비경 보는데 필요한 시간은 한 시간 정도. 큰 힘 들지 않으니 아직 못 봤다면 꼭 다녀온다. 너럭바위 군데군데 해삼, 멍게 파는 좌판까지 있어 요기도 제대로 할 수 있다. 해녀들이 직접 잡아 온 것이라 싱싱하다.
용머리해안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동절기 5시 30분)까지 개방한다. 물때와 날씨에 따라 입장이 제한 될 수 있으니 이를 미리 확인한다.
용머리해안의 모형 범선은 하멜상선전시관. 그가 타고 온 배를 본떠 만들었다. 네덜란드인 헨드릭 하멜(1630~1692)은 암스테르담에서 일본으로 가다 제주도 남쪽해안에서 표류했다. 전남 강진 등에서 14년의 억류생활을 한 끝에 1666년 조선을 탈출해 조선에서 생활을 책으로 냈다. 이게 ‘하멜표류기’다. 이 책을 통해 조선이 서양에 널리 알려진다. 용머리해안 들머리에 하멜기념비도 있다.
용머리해안 뒤로 보이는 웅장한 바위산이 산방산(395m)이다. 실상은 용암이 거대한 종 모양으로 굳어진 것이지만, 형상이 하도 기묘해 숱한 전설이 탄생했다. 이야기는 이렇다. 제주도의 거인 여신 설문대할망이 한라산을 만들었는데 이 산이 너무 높아 윗부분을 툭 치니 떨어져 나간 부분이 산방산이 되고, 한라산의 움푹 팬 부분은 백록담이 됐다. 사냥꾼이 쏜 화살을 맞은 옥황상제가 화가 나서 산봉우를 뽑아 던진 것이 산방산이 됐다는 설도 있다.
산 중턱에 있는 산방굴사까지는 다녀와야 산방산 다녀온 티 낼 수 있다. 매표소에서 15분 거리다. 가면서 풍화혈로 가득한 바위, 깎아지른 바위절벽을 눈앞에서 구경한다. 멀리서 보는 것과 느낌이 완전 딴판이다. 가까이서 보면 기이함이 훨씬 더 하다.
산방굴사는 자연석굴에 불상을 안치한 동굴 암자다. 불상도 불상이지만 웅장한 자연석굴이 아주 신령스럽다. 자연의 놀라운 솜씨를 여기서도 볼 수 있다. 석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받아 모은 약수로 목을 축인다. 바위틈에 붙어 자라는 희귀한 난(蘭)도 구경한다.
● 천연한 원시의 숲…화순곶자왈
제주도에서는 숲도 외계의 것처럼 낯설다. 화순곶자왈(생태탐방숲길)이 용머리해안에서 가깝다. 입구는 안덕면사무소 인근이다. 곶자왈은 바위와 나무와 식물이 뒤범벅 된 제주도의 독특한 덤불. 흐르다 굳은 용암이 쪼개져 크고 작은 바위가 됐다. 이 瑛?비집고 식물들이 자라 만들어진 숲이다. 아마존 밀림이 ‘세계의 허파’라면 곶자왈은 ‘제주도의 허파’는 된다. 20여 년 전만 해도 숲이 하도 울창해 사람이 들어갈 엄두를 못 냈다는데, 생태적 가치 인정받은 요즘은 탐방로 잘 만들어져 있어 구경하기 참 수월하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숲은 숨 멎을 듯 경건하고 때로는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무성한 숲에도 봄이 머문다. 볕 받아 오글거리는 새순이 원시림에 천지다. 난대성 식물의 빛깔은 조금 더 진한 초록이다.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함께 사는 것이 제주 곶자왈의 특징. 이런 예는 세계에서도 드물다. 신록과 초록의 어울림에 눈이 호강한다.
제멋대로 가지 뻗은 나무, 이끼가 잔뜩 붙은 돌덩이에서 묵직한 시간의 깊이 느껴진다. 흙보다 바위가 많은 척박한 지형. 살아남기 위해 나무뿌리가 돌멩이를 감싸듯 꼭 움켜쥔다. 온갖 착생식물들은 또 나무 몸통에 착 달라붙었다. 자연의 강인한 생명력! 개가시나무, 새우난, 더부사리 고사리, 긴꼬리딱새, 제주휘파람새 등 50여종의 희귀 동식물이 이렇게 숲에서 끈질기게 살아간다. 이거 보면 사는 것 참 힘들다는 불평이 쏙 들어간다.
화순곶자왈은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 병악에서 시작해 약 9km를 뻗어 산방산 근처에 닿는다. 이 가운데 탐방로는 총 4.5km. 쉬엄쉬엄 걸으면 두 시간쯤 걸린다. 원점 회귀코스도 있고 숲을 가로지르는 직선코스도 있다. 어린이들 걸어도 부담 없을 만큼 길이 판판하니 편한 구간 선택해 걸을 수 있는 만큼 걸어본다. 전망대에 가면 산방산 배경으로 펼쳐진 태초의 숲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이 기분도 참 묘하다.
● 유채꽃ㆍ벚꽃 흐드러진 ‘꽃대궐’
제주도 온김에 꽃구경도 실컷 한다. 육지에는 봄 더디게 왔지만, 제주도에는 봄이 무르익었다. 유채꽃은 이미 샛노랗고 벚꽃은 이번주부터 흐드러질 거다. 도로 따라가면 천지가 다 꽃밭이지만 그래도 소문 난 몇 군데는 애써 찾아가본다. 이름값 한다.
어디로 가야할지 못 정했다면 제주시 제주종합경기장 주변이 일단 만만하다. 현지인들에게도 유명한 ‘꽃밭’이다. 공항에서도 가깝다. 경기장 옆 한천을 따라 왕벚나무에 화사한 꽃이 가득하다. 꽃대궐이 여기 있었다. 4일부터 6일까지 이 일대에서 왕벚꽃축제도 열린다. 제주시 아라동에 있는 제주대학교 진입로도 벚꽃 화려하기로 이름났다.
제주시에서 서귀포시로 넘어갈 때는 1136번 지방도 이용한다. 애월읍 광령리 입구까지 근사한 벚꽃길이다. 정석항공관, 제주조랑말체험공원, ‘갑마장’으로 유명한 가시리마을을 관통하는 녹산로도 인기다. 도로 따라 유채꽃과 벚꽃이 이중으로 핀데다 중산간지역의 목가적 풍경까지 겹친다. 녹산로는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이름 올린 길이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예래동 일대에도 벚꽃터널이 있다.
제주도 동쪽 성산읍 성산일출봉 일대는 가장 유명한 제주도의 유채꽃 명소다. 서남쪽 산방산 일대도 눈 돌리는 곳마다 유채꽃이 천지다.
● 여행메모
△ 산방산ㆍ용머리해안 지질 트레일 5일 개장
제주도는 섬 전체가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지질공원이다. 산방산과 용머리해안은 대표적 명소다. 산방산ㆍ용머리해안 지질 트레일이 5일 개장한다. 주변의 사계리, 덕수리, 화순리를 잇는 총 30.1km 구간이다. A코스(14.5km)는 용머리해안→설쿰바당→사람발자국화석→대정향교→단산→덕수리공방→용머리해안. B코스(15.6km)는 용머리해안→화순 금모래해변→화순 선사유적지→화순곶자왈→용머리해안. A코스에 10.7km의 단축코스도 만들었다. 각 코스 명칭은 정식 개장 후 공모를 통해 정해진다.
△ 우주항공과학관 24일 개장
제주항공우주박물관이 24일 개장한다. 항공의 역사와 우주의 신비를 다양한 전시물과 최첨단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다.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오설록티뮤지엄 인근이다. 비행의 원리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하우 씽즈 플라이(How Things Fly)'관은 미국 워싱턴의 스미소니언박물관을 그대로 본떠 만들었다. 360도 5D영상을 통한 가상현실 체험도 눈길 끈다.
△ 해비치리조트 라이프 피트니스 스타일링 패키지
표선에 위치한 해비치리조트가 라이프 피트니스 스타일링(LFS) 패키지를 선보였다. 전문 트레이너와 함께 돼 관광·레저·휴식을 즐기는 웰빙패키지다.
프로그램은 이렇다. 제주식 힐링푸드로 아침식사를 한다. 오전에는 실내 피트니스센터에서 피지컬 리뉴얼(신체밸런스 능력 향상 프로그램), 타바타 부트 캠프(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필라테스, 조깅, 파워워킹 등 유산소 운동으로 진행되는 카디오 클래스 등 다양한 그룹운동(GX)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오후에는 레저 전문가와 곶자왈, 오름, 올레 등 야외 액티비티 활동을 한다. 저녁식사 후에는 스파 아라의 테라피를 체험한다. 일대일 상담을 통해 몸 상태를 체㈖構?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해 체험한다.
일정은 2박 3일부터 6박 7일까지 선택할 수 있다. 1~3인이 프로그램을 함께 신청할 수 있다. 오션뷰 객실이 기본 제공된다. 가격은 73만7,000원부터(1인 2박 3일 기준․세금 및 봉사료 별도)다. 해비치리조트는 캠핑존에서 바비큐를 즐기는 별비치캠프도 운영 중이다. 봄날 저녁 로맨틱한 추억 만들기 딱 좋다.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용 가능하며 성인 7만원, 어린이 4만원이다. 해비치 익스프레스센터(064)780-8000
제주=글ㆍ사진 김성환기자
한국스포츠 김성환기자 spam001@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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