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웨딩' 트렌드 확산가까운 지인만 소규모 초대카페·펜션 등서 파티 분위기… 판박이 탈피한 소박한 예식축의금은 기부 등에 사용하기도혼수도 실속 있게전시기간 오래된 가전제품작은 흠집 가구 저렴하게 구입예물·예단도 간소화 바람
지난해 3월 신부가 된 김가람(25)씨는 독특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는 가족과 친척들만 모인 성당에서 혼인미사를 한 뒤 서강대학교 예수회 소속 카페에서 50여명의 지인들을 불러 놓고 식을 올렸다.
주례도 없앴다. 대신 부부가 앞으로 나와 처음 만나게 된 사연과 상대방에 대한 첫인상을 수다 떨 듯 이야기했다. 부부의 재치 있는 입담에 지인들은 연신 웃음꽃을 피웠다. 그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형식적인 결혼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며 "그런 곳에 쓸 돈이라면 차라리 기부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가람씨는 축의금 200만원을 '트라우마치유센터'에 기부했다. 평소 여성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성매매 여성이나 성폭력피해자들을 치료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었다. 성당에 도움을 받은 만큼 천주교 청소년 부서에도 50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300만원에 이르는 일명'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패키지도 50만원에 해결했다. 스튜디오 대여비 5만원과 드레스 대여비와 메이크업에 25만원이 들었다. 사진 촬영은 지인(수고비 20만원)에게 맡겼다.
물론 이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인터넷을 검색할 때마다 '한 번 하는 결혼식이니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식의 글들이 많아 고민했다"며 "하지만 그렇게 하면 끝도 없을 것 같아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결혼을 하자'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설명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이런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김정민(31)씨의 결혼식도 눈길을 끈다. 그는 일본 오키나와 언덕의 아늑한 카페에서 30명의 친지들이 참석한 가운데 해산물 요리를 먹으며 결혼식을 올렸다. 그렇다고 수억 원이 들어간 호화 결혼식은 아니다.
결혼식에 들어간 비용은 1,000만원 남짓. 부모와 친지들의 항공료는 왕복 50만원짜리 저가항공을 이용했고, 친구들은 자비 부담했다. 하객들의 하룻밤 숙박은 캠핑카를 개조한 저렴한 시설을 이용했다. 메이크업은 아는 동생이, 촬영은 사진 찍기가 취미인 오빠가 해줬다.
김가람, 김정민씨처럼 '실속'과 '개성'을 앞세운 결혼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형식적 요소를 줄이고, 남들과 똑같은 방식을 거부하는 개성 강한 웨딩족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소규모예식 전문 컨설팅업체 마리앤코의 정윤주 대표는 "기존 예식장이나 호텔 에서 하는 판박이 예식보다 자기만의 색깔을 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서울 시내 레스토랑을 이용하거나 서울 근교 펜션에서 숙박까지 하며 결혼식을 올리는 등 방법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우선 소규모로 식을 치른다. 수백 명 하객 대신 가까운 친지들만 불러 100명 이내로 진행한다. 결혼식장이 아닌 카페, 펜션 등을 이용하다 보니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서양처럼 편하게 이야기하며 파티를 즐기듯 여유 있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혼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거나, 가벼운 흠이 있는 전시품 위주로 구입해 부담을 줄인다. 가전제품의 경우 일반적으로 전시 기간이 1~2개월 된 상품은 10~15%, 3~6개월 된 상품은 20%, 1년 이상인 제품은 40% 가량 할인해준다. 가구도 흠집에 따라 최대 50%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리바트 관계자는 "경기도 용인 등의 상설 아웃렛 매장에서 흠집이 난 전시품을 판매하는데, 신혼부부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고 귀뜸했다.
예물과 예단 역시 가짓수를 줄이거나 이불, 반상기, 은수저 등 '예단 삼총사'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박성호 롯데백화점 잡화MD팀 선임상품기획자는 "다이아몬드세트나 진주세트 대신 깔끔한 디자인의 커플링을 예물반지로 맞추는 예비부부가 최근 3년 사이 30% 이상 늘었다"고 강조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성지은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