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규모의 공인 카트 대회 조직위원장이 라이선스 발급비를 받아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모터스포츠 규정상 대회에 출전하려면 라이선스가 필수이지만 위원장은 선수와 가족들을 속여 무자격으로 출전시키기도 했다.
31일 피해 선수들과 카트 대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3년째 '코리아 카트 챔피언십(KKC)'을 이끌고 있는 김정민 위원장은 지난해 9월말 김승찬(15)군 등 선수 4명에게 라이선스 발급 비용 등으로 1인당 120만원씩 받았다. 자녀를 지도하기 위해 함께 라이선스 취득을 희망한 선수 부모 2명에게도 각각 1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 6명은 6개월이 지나도록 라이선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승찬군의 아버지 김창호(48)씨는 "대회를 목전에 두고도 라이선스를 주지 않아서 수 차례 물어봤더니 '발급에 석 달 정도 걸릴 수 있다'는 답만 들었다. 위원장이라 믿었는데 발급 절차를 제대로 밟지도 않은 듯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카트 업계에서는 라이선스에 대해 부모들이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자 김 위원장이 올해 대회 참가신청 선수 중 승찬군만 개막전을 닷새 앞둔 3월 11일 돌연 '출전 불허' 통보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승찬군이 속한 고스트스피드팀 박재모(40) 감독은 이에 항의, 지난해 대회 우승자로 이번에도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아들 준빈(14)군을 출전시키지 않았다.
기자가 카트 라이선스를 발급하는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에 확인한 결과 이들 선수와 부모의 라이선스는 신청서만 제출됐을 뿐 수수료를 내지 않아 발급되지 않았다. 협회에 따르면 1년간 유효한 라이선스는 매년 재발급 받아야 한다. 신청만 하면 별다른 자격요건 없이 발급되며, 발급 수수료도 연령에 따라 4만~6만원에 불과하다. 발급 기간과 비용에 대해 김 위원장이 선수와 부모들을 속인 셈이다.
김 위원장의 거짓말 때문에 선수들은 지난해 대회에도 라이선스 없이 무자격으로 출전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대회 관계자들은 선수들이 라이선스가 있는지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는 김 위원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피해 선수 가족과 팀 관계자 등은 조만간 김 위원장을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할 계획이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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