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재_부품_완제품' 라인업삼성SDI, 연 매출 10조원소재부품기업으로 거듭나2차전지 경쟁력 향상 기대삼성에버랜드 사명'제일모직'으로 전환 검토
삼성그룹의 주력인 전자부문의 수직계열화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그 동안 계속 되어온 계열사간 이합집산을 통해,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소재-부품-완제품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이 확실히 윤곽을 잡았다는 평가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은 31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흡수하는 형태의 합병을 결의했다. 새 회사 이름도 삼성SDI로 정해졌다.
삼성SDI의 현재 주력사업은 2차전지다. 원래 브라운관을 만드는 회사(옛 삼성전관)로 출발했다가, LCD PDP 등 디스플레이를 생산했으며, 현재는 휴대폰 용부터 전기자동차 용까지 다양한 형태의 2차전지를 만들고 있다. 소형 2차전지는 세계 1위다.
제일모직은 의류직물로 시작해 '빈폴'브랜드로 유명한 패션업체로 성장해 오다, 화학 및 전자소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특히 지난해 패션부문이 삼성에버랜드로 이관되면서 소재전문업체로 남게 됐지만, 단독 회사로 키우기엔 규모와 위상이 애매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SDI는 연 매출 10조원 규모의 전자 소재부품기업으로 커진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소재업계와 부품업계에서 각각 쌓은 양사의 전문 역량과 기술을 합해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일류 소재ㆍ에너지 토탈 솔루션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현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부품, 소재 분야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데다 IT 및 자동차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두 회사를 합쳐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있었다"며 "지난해 패션ㆍ직물사업을 에버랜드로 넘긴 제일모직은 좌표가 애매했는데 이번 합병으로 보다 확실한 생존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제일모직의 배터리 분리막 등 소재기술이 접목돼 2차 전지분야의 경쟁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또 삼성SDI의 디스플레이기술과 제일모직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를 결합하면 전자재료 분야의 시너지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초경량 소재와 배터리를 결합해 전기차 주행 거리를 향상하는 솔루션 개발 등 삼성이 전기차 시장에 보다 더 적극 나설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합병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날 주식시장에서 삼성SDI는 전 거래일보다 6.62% 오른 16만1,000원에, 제일모직은 5.75% 상승한 7만1,7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은 수년 전부터 전자분야의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삼성전자가 맡았던 LCD를 떼어내 삼성디스플레이를 만들었고, 대표적 소재업체였던 삼성코닝정밀소재는 아예 코닝사에 팔았다. IT서비스업체인 삼성SDS와 삼성SNS는 통합시켰다.
이 같은 사업구조 조정을 통해 삼성의 전자부문은 보다 단순하고 명료한 수직계열체계를 갖추게 됐다. TV 휴대폰 등 완제품을 만드는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삼성디스플레이(LCD LED OLED) 삼성SDI(2차 전지 및 관련소재) 삼성전기(각종 전자부품) 등이 핵심부품과 소재를 공급하는 그림이 만들어지게 된 것. 업계 관계자는 "결국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에버랜드는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꾸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한 관계자는 "제일모직은 삼성의 모태기업"이라며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이름을 바꾸고 에버랜드는 테마파크 전용브랜드로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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