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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시] '도덕산 꽃잔치' 제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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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시] '도덕산 꽃잔치' 제왕국

입력
2014.03.3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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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는 담쌓고 그저 뒷골목이나 어슬렁거린 어깨가 있었다. 언제나 그 드센 힘에

꼬맹이 두서넛 우두머리가 되어 이리 휘적 저리 휘뚝 오리걸음 걷던 그 사내

꿈속에서 번개처럼 내닫는 힘으로

뭇 사내들 가꾸러 놓고 희희낙락 웃더니

그저께 뜸부기 울음 되어 황산재 솔밭 다 적시고

도덕산 자락 그 눈부신

봄빛 위에 참꽃 화창하게 꽃불 질러 놓는다

생전에 사상마저 알 길 없었던 혈혈단신

젊은 애들이라도 만나면

어깨 들썩 힘깨나 쓴 자랑 늘어놓고

평생 갈구했던 최고의 자리

적막 비낀 산자락에 맑은 희망만 가슴에 품고

아랫목 갯벌 위에 엉금엉금 기는 게의 모습으로

이미 지난 시절에 깃을 치며 날아가는 저 새떼들

팔 벌려 허공 치는 꿈에

세상이 환하게 부신다고

도덕산 꽃잔치에 산자락이 까무러친다.

제왕국(57ㆍ사진) 시인은 경남 통영 출신으로, 2001년 수필 추천과 2006년 시, 시조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등 다수의 문학단체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며, 미술 단체전 전시회를 2차례 열었고, 시집으로 '나의 빛깔', '가진 것 없어도'가 있다.

해설 - 시인 서태수

봄빛이 양수처럼 흐르는 날, 산에 오르면 진달래가 산자락을 온통 꽃물 들이며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연분홍빛 진달래의 짙은 인상이 닫혀 있던 감성의 문을 백화만발(百花滿發)케 한다. 고향의 남빛 일렁거린 바다가 어느 해 배고픈 사람들에게 자신의 뼈와 살(肉) 모두 내어주고 뭍이 되었다. 그 곳은 자맥질하며 피조개와 가무락 그리고 잘피와 파래 등의 해초류를 뜯었던 은혜로운 바다였다.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시인의 기억 곳간에 가득 차, 봄빛 활짝 적신 나뭇잎이 연초록빛으로 한없이 익어가는 날이면 신음처럼 가슴을 무두질하였을 것이리라. 거기에는 격정과 질주의 투명한 언어들이 아주 곱게 세공되어 이미지의 용기(用器)에 견고한 사유의 무게로 맛깔스럽게 녹아있다. 담백한 서정성의 온기가 아지랑이로 피어나는 추억의 봄자락에 참꽃의 격정적 영상으로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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