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28일 공개한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변동 신고 내역과 관련해 31일부터 구체적인 내역에 대한 검증에 들어갔다. 그러나 심사 인원 부족, 검증 방법의 한계 등으로 금융조회와 당사자의 소명을 듣는 수준에 그쳐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불성실 신고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우는 2,000여명 가운데 연평균 14명 정도뿐이고, 국정감사나 검찰 수사에서 신고 누락된 재산이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31일 공직자윤리위원회와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앞으로 최장 6개월 동안 1급 이상 고위공직자(지방자치단체장 포함) 1,868명과 재산을 신고한 4급 이상 공무원에 대한 심사가 이뤄진다. 안행부 관계자는 "윤리담당관실 직원 25명이 금융조회와 재산이 급격히 늘거나 줄어든 공직자의 소명을 듣는 방식으로 검증한다"며 "간혹 계좌추적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방식만으론 숨겨진 재산이나 채무까지 찾아내기 힘들고 미술품(500만원 이상 신고)의 경우 정확한 가격 파악이 어려워 공직자가 신고한 금액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한계 때문에 검찰수사나 국정감사장 등 의외의 장소에서 재산 누락 사실이 밝혀지기도 한다. 강운태(65) 광주시장은 2012년 검찰의 불법정치자금 수사 과정에서 19억원에 달하는 부인 명의의 양도성 예금증서(CD)가 발견됐고 이 재산이 2010년 신고 때 누락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윤리위원회(안행부)는 공직윤리법상 과태료 처분(3억원 이상 누락 시) 사항에 해당한다며 광주지방법원에 통보했지만 법원은 "아내가 재산을 도맡아 관리하며, 이에 관여하지 않아 사실을 몰랐다"는 강 시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광주지검은 항고했고, 올해 2월 2심 재판부인 광주고등법원 역시 '과태료 미부과 결정'을 내려 향판(鄕判)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최근 재항고를 결정, 결국 대법원까지 가게 됐다. 통상 과태료 미부과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항고하는 사례는 흔치 않고 대법원까지 가는 경우는 더욱 드물지만 윤리위원회 의견 등을 검토한 결과, 강 시장의 고의 과실 가능성이 크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과태료는 최대 2,000만원이다.
조석준(60) 전 기상청장은 2012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기상장비 업체로부터 2억원을 빌리는 등 수억원의 채무를 숨긴 사실이 드러나 결국 과태료 200만원을 물었다.
안행부의 최근 3년간 재산심사결과에 따르면 불성실신고로 과태료 처분을 받은 공직자는 2011년 14명, 2012년 16명, 2013년 12명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재산을 과다하게 신고하고 이후에 '검은 돈'을 받아 채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재산을 축소 신고한 경우는 물론 부풀린 경우도 처분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그나마 정부 부처는 검증 시스템이라도 있지만 국회는 의원들의 재산을 검증하고 불성실 신고시 책임을 묻는 절차조차 없는 상태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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