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사립고 도입 후 일반고 신입생의 중학교 내신성적은 눈에 띄게 추락한 반면, 자사고 입학생의 내신은 해마다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자사고가 건학이념에 따른 자율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이유로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성적 순'으로 학생을 뽑아온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3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서울시교육청의 '서울지역 일반고ㆍ자사고 신입생의 내신성적 석차백분율 현황'을 제출 받아 분석했다.
서울에 자사고가 들어서기 전인 2009년 181개 일반고 신입생 중 내신 석차백분율 0~10% 상위권의 비율은 10.1%였지만, 자사고가 처음 개교한 2010년에는 9.2%로 줄더니 2011년에는 8.1%, 2012년 8.3%, 2013년 8.5%로 8%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하위층은 더욱 두터워졌다. 석차백분율 51~100%대인 학생의 백분율이 2009년 43.9%였던 것이 2010년 46.5%로 증가하더니, 2011년에는 50%대를 넘어 2013년 50.6%를 기록했다.
서울의 자사고 25곳 입학생들의 내신성적은 해마다 급상승, 일반고에서 빠져나간 상위권 학생이 자사고로 몰리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0~10% 상위권 학생의 비율은 2011년 23.8%, 2012년 23.2%, 2013년 25.1%로 증가했다.
2011~2013년 3년간 일반고와 자사고 신입생 중 상위권(0~10%)의 평균 비율을 비교해보면, 일반고는 8.3%인 반면 자사고는 24%로 약 3배 차이가 났다.
교육부는 이처럼 자사고의 상위권 학생 싹쓸이가 심해지자, 지난해 8월 추첨으로만 자사고 신입생을 선발하도록 한 '선지원 후추첨' 안을 내놨다가 두 달 뒤 성적제한 자격 기준만 폐지한 '추첨-면접'안을 확정했다.
유기홍 의원은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성적대로 신입생을 선발해 일반고의 위기를 부른 원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교육부는 미봉책을 내놨다"며 "면접전형에서 얼마든지 성적이나 스펙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더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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