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는 캘리포니아 텍사스 몬태나를 합한 것보다 더 큰 광활한 땅을 자랑한다. 한반도의 7배 크기로 미국 50개 주(州) 중 가장 크다. 해안선은 미국의 다른 모든 주를 합친 것보다 길다. 자원도 엄청나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금 등 지하자원은 물론 수천 개에 달하는 강과 호수, 빙하와 빙산, 울창한 원시림 등 가히 천혜의 보고라 할만하다. 미국이 석탄 석유의 강국이 된 것은 알래스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 알래스카는 17세기 중반 폭풍에 떠밀려 온 러시아 탐험대에 의해 처음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100여 년 뒤 표트르 대제의 명을 받은 덴마크인 비투스 베링의 탐험 이후 러시아 영토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극동의 시베리아 경략에도 허덕이던 러시아에게 알래스카는 골칫거리일 뿐이었다. 그렇잖아도 크림전쟁에서 오스만투르크에 패하면서 극심한 재정난을 고심하던 알렉산드르 2세는 1867년 3월 720만달러에 알래스카를 미국에 넘겼다. 지금 화폐가치로는 1억2,100만달러. ㎢ 당 4.74달러로 거저나 다름없는 헐값이었다.
■ 당시 러시아와 매입 협상에 나선 윌리엄 수어드 미국 국무장관은 엄청난 반대에 부닥쳤다. 남북전쟁 직후 서부개발에도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데 왜 얼음덩어리에 거액을 쓰느냐는 것이었다. '수어드의 바보짓' '수어드의 냉장고'라는 비아냥이 뒤따랐다. 그러나 불과 30년 뒤 금광과 석유가 발견되면서 자산가치가 폭등했다. 골드러시 당시 한 해 720만달러가 넘는 금이 채굴되기도 했다. 수어드는 영웅이 됐다. 알래스카에 '수어드 항구도시' '수어드 하이웨이'도 생겼다.
■ 백악관 사이트에 알래스카를 러시아로 귀속시키자는 청원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누가 주도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벌써 3만명 가까이 지지서명을 했다고 한다. 10만명이 넘으면 미국 정부는 법률에 따라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블라디미르 치조프 유럽연합 주재 러시아 대사는 "(다음에는) 알래스카를 주시하라"고 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뒤 "다음은 몰도바를 주시하라"고 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경고에 대한 대꾸다. 농담이라고 했지만, 알래스카를 향한 러시아의 탄식과 후회가 느껴진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