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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며 강렬한 한국무용, 내 철학과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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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며 강렬한 한국무용, 내 철학과 통한다"

입력
2014.03.31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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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이 정교하고 섬세하지만 내면에 강렬함이 살아 있는 것, 그것이 한국무용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벽안의 현대무용가는 여느 한국인보다 더 예민하게 한국무용을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국립무용단이 16~1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리는 신작 '회오리'(Vortex)는 진작부터 올해의 화제작으로 꼽혀 왔다. 한국무용을 기반으로 하는 국립무용단이, 핀란드 안무가 테로 사리넨(50)을 초청해 다른 문화권, 다른 장르의 안무가가 참여한 작품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외국 무용가의 안무작은 국립무용단 52년 역사상 첫 시도다.

사리넨은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무용이, 고대의 몸으로 현대적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내 안무 철학과 통한다"고 말했다. "숲, 바다, 바람과 밤의 어둠 속에서 자연과 어우러져 성장한 제 핀란드 정서에는 회오리 같은 뒤섞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전통과 핀란드 전통의 만남에서도 회오리 같은 에너지가 느껴졌습니다."

1980년대 핀란드 국립 오페라 발레단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하던 사리넨은 일본 전통무용과 현대무용 부토를 연구했고 동유럽을 중심으로 현대무용 작품에도 두루 참여했다. 2011년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 '프랑스 현대무용 대모' 카롤린 칼송 안무의 '블루 레이디'에 출연하는 등 한국 무대에도 여러 차례 섰다. 따라서 2012년 하반기 국립무용단의 신작 안무 제안을 받기 전 이미 한국의 지역 전통축제에서 접한 판소리와 한국무용에 깊은 인상을 받았던 사리넨은 지난해 6월부터 가진 국립무용단 무용수들과의 워크숍 과정에서 이번 협업을 확신할 수 있었다. "작품을 제안 받았을 때 무거운 책임감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워크숍을 하면서 무용수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직관을 믿는 편입니다."

그는 무엇보다 "춤의 동시대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말로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를 강조했다. 그는 "춤이 없다면 사람들은 길을 잃은 존재가 될 것"이라며 "자기 안의 에너지를 잘 느끼지 못하는 현대인의 에너지를 밖으로 이끌어낼 책임이 안무가와 무용수에게 있다"고 말했다. "문화권과 장르의 한계를 넘어선 협업은, 더 많은 사람이 무용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말이 필요 없는 언어인 춤은 나 스스로를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거든요."

'회오리'는 외국 안무가가 참여하는 점 외에도 한국 전통음악의 현대화를 추구하는 악단 '비빙'(음악감독 장영규)이 작곡하고 라이브로 연주하는 음악과, 한국의 부채를 형상화한 핀란드 디자이너 에리카 투루넨의 의상 등 특징이 많다. 또 출연 무용수 25명은 공연이 진행되는 70분 간 한 순간도 무대를 떠나지 않는다.

윤성주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뛰어난 기량을 보유한 국립무용단 무용수들이 국내 무대에만 머물지 않도록 세계와 소통하는 무대를 마련하고 싶었다"며 "멈추는 동작에서도 호흡이 계속되고 무용수의 즉흥성을 중시하는 사리넨의 안무는 한국무용과 공통분모가 커 국립무용단이 이번 작업을 통해 장점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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