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소라(45)를 발라드 가수로만 생각했다면 새 앨범에 대한 기대를 접는 게 좋을 것 같다. 그에겐 이제 발라드 가수보다 로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테니까. 4월 8일 공개되는 새 앨범 '8'은 마지막 곡 '운 듯'을 제외하면 록 앨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솔로 가수 이소라의 앨범이지만 '이소라'라는 록 밴드의 앨범에 가깝다.
31일 미리 들어본 이소라의 새 앨범은 8개 수록곡 중 첫 곡 '나 포커스'부터 일곱 번째 곡 '난 별'까지 모두 얼터너티브 록이었다. 피아노와 기타만으로 이뤄진 우울한 발라드 '운 듯' 한 곡 정도만 기존 팬들의 취향에 맞을 듯하다. '난 별'과 '넌 날'을 작곡한 가수 겸 작곡가 정지찬은 "이전의 앨범이 피아노 위주의 발라드 앨범이라면 이번 앨범은 기타 위주의 밴드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이소라의 새 앨범은 제목 없이 발매된 7집 이후 6년, 팝 리메이크 앨범 '마이 원 앤 온리 러브' 이후 4년 만이다. 기획에서 마무리까지 제작에 6년이 걸렸는데 미국과 영국에서 두번의 믹싱, 세번의 마스터링을 거쳤다고 한다. '흘러 올 스루 더 나이트'를 작곡한 그룹 불독맨션의 이한철은 "2009년 곡을 써줬을 때만 해도 그 해 바로 베이스와 드럼을 녹음하고 다음 해에 기타를 녹음할 정도로 빨리 진행됐는데 앨범이 나오기까지 6년이 걸렸다"며 "그 동안 녹음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고 했다.
앨범은 시작부터 꽤 공격적이다. 강렬한 기타 연주를 내세운 인디 록 넘버 '나 포커스'로 시작해 얼터너티브 록 트랙인 '좀 멈춰라 사랑아'와 '쳐', 베이스 기타의 속도감이 두드러진 펑키 록 '흘러 올 스루 더 나이트', 거라지 록 스타일의 '넌 날' 등에서 이소라의 목소리는 일렉트릭 기타와 함께 날카롭게 공간을 파고든다. 기타와 베이스, 드럼의 소리가 커서 예전 앨범에 비하면 가사 전달력이 약한 편이다.
이소라는 오래 전부터 록 음악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듯하다. 정지찬은 "이소라씨가 10년 전에도 가끔 록적인 노래를 할 정도로 록 밴드의 음악을 좋아했다"며 "한때는 기타를 가르쳐 달라고 했고 '이제 밴드를 하겠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도입부 세 곡은 그룹 메이트의 두 멤버인 정준일과 임헌일이 작곡했다. 임헌일은 앨범 전체의 기타를 담당하기도 했다. '나 포커스'와 '쳐'를 작곡한 그는 "이소라씨가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새벽 2시에 집에 들어와 화가 나 있는 감정이 음악에 담겨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회고했다. 두 사람이 작곡한 곡들도 모두 2009년부터 녹음이 시작돼 최근에야 완성됐다.
2010년 '마이 원 앤 온리 러브'를 발표한 뒤 이소라는 방송 활동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듬해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고 2012년 8월까지 케이블 채널 KBS조이 '이소라의 두번째 프로포즈'를 진행했으며 지난해엔 KBS FM '이소라의 메모리즈'의 DJ를 맡았다. 앨범 작업을 위해 한동안 공연을 하지 않았던 그는 6월 단독 콘서트를 시작으로 다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이젠 발라드 가수가 아닌 록 밴드의 보컬리스트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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