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경찰청이 지문채취용 천연분말을 개발, 특허 출원키로 했다. 연구기관이 아닌 일선 수사기관에서 특허까지 출원하게 된 것은 이례적으로, 감식 효과를 높이고 과학수사요원들의 건강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문은 사람마다 모두 달라서 신원확인이나 범인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지문 감식에는 알루미늄가루 흑연가루 닌히드린용액 등 다양한 화학물질이 사용된다. 문제는 이들 물질이 인체에 극히 해롭다는 데 있다. 액체 시약은 물론 분말도 입자 크기가 밀가루의 100분의 1 정도로 극히 작아 체내에 축적돼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에 대구지방경찰청에 개발한 시약은 코코아분말과 딸기, 오징어먹물, 단호박, 녹차가루 등 각종 천연물질로 만든 분말이다. 감식대상의 색상에 따라 서로 다른 것을 사용한다.
기존 시약이 특수 마스크를 쓰더라도 피부질환이나 두통, 눈물, 콧물 등을 유발하는 것과 달리 그대로 먹어도 인체에 안전하다. 1회 감식에 드는 시약 비용도 기존 시약의 10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
특히 지폐에 묻은 지문 감식에 효과가 탁월하다. 감식 시간도 액체시약을 묻혀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액체법과 달리 5초 정도면 충분하다. 과학수사계 김성동 경사는 "특수 종이로 만든 지폐는 기존의 분말 및 액체시약으로도 지문감식이 어려운데 새 시약은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절도사건 같은 경우 일부 부유층에서는 지문 감식 과정에 사용한 시약 때문에 고가 가구에 훼손된다는 이유로 꺼리는데, 새 시약은 수건으로 닦으면 깨끗해져 감식기피현상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구경찰이 새 시약 개발에 나선 것은 지난해 5월쯤. 김기정 과학수사계장은 "자동차 유리에 소나무 꽃가루가 노랗게 앉자 지문이 선명하게 보이는 것을 보고 연구에 착수, 시행착오 끝에 특수 정전기 처리 방법으로 개발에 성공했다"며 "특허출원과 함께 전국 경찰관서와 군, 검찰, 해양경찰 등에도 확대 보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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