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이 '사랑'에 관한 표준국어대사전의 뜻풀이를 '성 중립적'으로 바꿨다가 항의 민원을 받고 다시 '이성애'로 되돌렸다.
31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인터넷 페이지에는 '사랑'의 네 번째 정의가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로 돼 있다. 표준국어대사전 정보보완심의를 거쳐 1월 말 새롭게 반영한 '사랑'의 정의 가운데 하나다. 이전에는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과 같이 성별 구분 없이 모든 종류의 사랑을 포괄하는 성 중립적 정의로 규정돼 있었다.
국어원은 앞서 2012년 11월 "이성애 중심적 언어가 성 소수자 차별을 만든다"는 대학생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사랑'의 정의를 성 중립적 뜻풀이로 변경했었다. 하지만 이후 기독교계 등 보수단체들이 "우리 사회는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사랑'을 이성간의 감정만으로 다시 정의해 달라는 민원을 꾸준히 제기해 결국 1년여 만에 기존의 뜻풀이로 회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성 소수자 단체 등의 반발이 예상된다.
국어원 관계자는 "포괄적인 의미를 담은 '사랑'의 뜻풀이를 세부적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있었고 이에 따라 현실언어 분석에 들어가 '사랑'의 여러 정의 가운데 '남녀 간의' 감정으로 명시하는 부분을 넣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독교계 등의 민원이 적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주장만을 감안해 결정한 것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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