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보석 같은 피칭이 다저스의 패배로 낭비됐다.”
미국의 CBS스포츠는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본토 유일의 개막전으로 열린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경기 후 패한 팀의 선발투수 류현진(27ㆍLA 다저스)의 이름만 반복했다. CBS스포츠는 “류현진이 빛났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2년차 류현진은 1회말 위기에 빠졌으나 자신을 가다듬고 이를 넘겼다”며 “류현진은 남은 시간 동안 마운드 위에서 16타자 연속 아웃을 잡는 등 특출한 투구를 선보였다”고 찬사를 보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도 “류현진은 최고였으나, 다저스는 8회를 넘기지 못했다”고 류현진의 역투를 집중 조명했다. LA 타임스는 “류현진이 부상 당한 커쇼 대신 마운드에 올라 에이스의 면모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미국 전역이 주목한 경기였다. 류현진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솎아내며 안타와 볼넷 3개씩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경기 초반 두 차례 위기를 넘긴 뒤 2회 첫 아웃카운트부터 7회 1사까지 16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샌디에이고 타선을 원천 봉쇄했다.
류현진은 1-0으로 앞선 8회말 수비 때 브라이언 윌슨과 교체돼 시즌 2승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윌슨이 등판하자마자 첫 타자인 대타 세스 스미스에게 동점 우월 홈런을 얻어맞는 바람에 승리는 날아갔다. 윌슨은 추가로 2실점했고 다저스는 1-3으로 역전패했다.
에이스인 커쇼가 나설 경기였지만 등 쪽 통증으로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들면서 류현진이 호주 개막 2연전에 이어 또 다시 중책을 맡았다. 류현진도 5이닝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거둔 지난 23일 애리조나와 경기에서 주루 플레이를 하다가 오른쪽 엄지발톱을 다쳤지만 빠르게 회복해 사실상 개막 초반 에이스 자리를 꿰찼다.
류현진은 경기 후 밝혔든 큰 경기의 긴장감 탓에 1회 무사 2ㆍ3루, 2회 무사 1ㆍ2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실점 없이 넘긴 후 안정을 찾았다. 올 시즌 두 경기에서 12이닝을 던지는 동안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며 커쇼를 능가하는 에이스 본색을 드러냈다. 류현진은 88개의 투구수 가운데 54개를 스트라이크로 꽂았다.
이날 경기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 성격으로 스포츠전문 케이블 채널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국내프로야구 시절부터 두둑한 배짱과 스타성을 겸비해 큰 경기에 강했던 류현진은 미국에서도 전국구 스타의 반열에 올라서는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ESPN 중계진은 16타자 연속 범타 처리와 함께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직구 등 결정구로 4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뿌리며 삼진을 잡아낸 류현진을 자세하게 조명했다. 중계진은 “타자 몸쪽과 바깥쪽에 원하는 대로 체인지업을 뿌린다”며 류현진의 주무기인 체인지업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또 “류현진이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에서 세 번째 투수에 해당하나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2선발로 뛸 수 있다는 점을 지난해 확실하게 보여줬다”고 소개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은 모든 구종을 다 잘 구사했고 특히 커브와 슬라이더가 좋았다”고 극찬했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은 4월5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와의 홈 개막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성환희기자
한국스포츠 성환희기자 hhsung@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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