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오스카상. 아카데미영화상을 거머쥐는 비결은 없을까?
할리우드에선 배우가 극단적으로 체중을 빼거나 늘리면 오스카상에 가깝다는 속설이 있다. 또 몸과 마음이 아픈 역을 호연하면 아카데미영화상을 거머쥘 가능성이 커진다는 말도 있다.
영화 과 은 제86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남녀주연상을 차지했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매튜 맥커너히와 남우조연상을 받은 자레드 레토는 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환자를 연기했다. 여주인공 케이트 블란쳇은 정신파탄자 역을 맡아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준 덕분에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맥커너히는 에서 에이즈 진단을 받고 한달 정도 살 수 있다는 진단을 받은 전기 기술자 론 우드루프 역을 맡았다. 에이즈 환자처럼 보이고자 맥커너히는 체중을 21㎏ 이상 줄였다. 남우조연상을 받은 레토도 체중을 13㎏ 넘게 줄였다. 레토는 에 출연할 때는 체중을 30㎏ 이상 늘렸으니 영화에 따라 뚱보와 홀쭉이를 오간 셈이다. 맥커너히와 레토는 배역을 위해 자신의 몸에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고, 영화가 개봉된 지난해 가을부터 일찌감치 오스카상감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맥커너히와 함께 올해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다퉜던 크리스천 베일도 에 출연하면서 몸무게를 22㎏이나 늘렸다. 에서 불면증 환자 역을 맡을 때는 체중을 27㎏ 이상 뺀 적도 있다. 체중을 바짝 줄여 오스카상을 탄 배우로는 탐 행크스(필라델피아)와 나탈리 포트만(블랙 스완), 앤 해서웨이(레 미제라블), 에이드리안 브로디(피아니스트) 등이 있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은 예전부터 체중을 과격하게 조절해 배역에 헌신한 배우를 선호해왔다. 로버트 드 니로가 영화 에서 권투선수 역을 위해 체중을 27㎏이나 늘인 끝에 오스카상을 차지한 것이 좋은 예다. 샤를리즈 테론은 연쇄살인범 창녀로 출연한 를 위해 체중을 13㎏이나 늘렸고, 슈퍼모델이 아닌 뚱뚱하고 추한 역을 잘 소화한 덕분에 아카데미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그런데 의사들은 체중의 급격한 변화가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진대사에 이상을 일으키고 혈당과 콜레스트롤의 수치가 급격하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일은 언론 인터뷰에서 을 위해 체중을 늘이다가 디스크에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또 레토도 콜레스트롤 수치가 엄청나게 올라갔었다면서 촬영이 끝날 때 쯤에는 휠체어를 타고 세트에 가야 했다고 고백했다. 좋은 연기가 먼저이지만 아카데미는 이렇게 육체적으로 격심한 변신을 하는 것과 함께 정신적으로 돌아버리거나 박약한 사람 그리고 신체 부자유자들에게도 상을 후하게 주는 경향이 있다.
행크스는 오스카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 에서는 에이즈를 앓아 체중이 급격히 줄어드는 역을 맡아 오스카 주연상을 받았고, 에서는 멍청하지만 순박한 청년 역을 맡아 오스카 주연상을 차지했다. 행크스야말로 아프거나 제정신이 아닌 역을 맡아야 오스카상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보여주는 산 증인이다.
로렌스 올리비에는 에서 미친 왕자 노릇을 해 주연상을 탔고 비비안 리도 에서 정신이 돈 여자로 나와 주연상을 탔다. 잭 니콜슨도 에서 광인으로 나와 주연상을 받았다.
러셀 크로우는 에서 노벨상을 받은 정신분열자인 수학교수 역으로 주연상을 탔고, 클리프 로벗슨(찰리)과 더스틴 호프만(레인 맨) 및 탐 행크스(포레스트 검프) 등도 모두 정신박약자로 나와 주연상을 받았다.
정신이 나간 역을 열연해 오스카 주연상을 받은 또 다른 스타로는 의 로널드 콜맨과 의 잉그릿 버그만이 있다. 콜맨은 실생활에서도 극중 인물의 성격을 유지하게 되는 정신착란증의 연극배우로 그리고 버그만은 자기가 미치고 있다는 환각에 빠지는 유사광녀로 나와 각기 상을 탔다.
신체장애자도 아카데미회원들의 동정을 많이 받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의 전처인 제인 와이맨은 에서 귀 먹고 말 못하는 역으로 주연상을 그리고 실제로 귀 먹고 말 못하는 말리 매틀린은 에서 자기를 그대로 표현해 역시 주연상을 탔다. 또 존 보이트는 에서 휠체어를 탄 베트남전 참전군인으로 나와 주연상을 탔다.
아카데미 회원의 이런 성향 때문에 많은 배우들이 오스카상을 노리고 이런 역을 찾아다니기까지 한다. 어두운 면이 밝은 면보다, 악한 것이 선한 것보다, 또 슬픈 것이 우스운 것보다 매력적이다. 코미디 영화가 오스카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이런 성향 때문일 수도 있다.
박흥진 @gmail.com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원 hjpark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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