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와 더불어 한국 고대사 연구의 핵심 사서인 삼국유사를 새로 번역하고 고대사 연구 성과를 총망라해 주해한 역주본이 나왔다. 고려대 한국사학과의 최광식(61) 박대제(43) 두 교수가 역주를 맡아 전 3권 총 3,000쪽이 넘는 분량으로 고려대 출판부가 낸 삼국유사다. 삼국유사는 해방 후부터 번역이 본격적으로 이뤄져 지금까지 나온 주요 역주서만 20종 가까이 되는데 이번 책이 규모로는 가장 방대하다.
1,800개가 넘는 면밀한 주석으로 엮은 연구서다. 주석 하나가 긴 것은 3, 4쪽을 차지한다. 고조선 편만 해도 번역문은 2쪽에 불과하지만 주석은 단군, 왕검, 조선, 신시, 신단수, 곰 등 31개 표제어를 34쪽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항목마다 최신 연구와 고고 발굴 성과를 반영했다.
삼국유사는 고조선부터 후삼국 시대까지 3,000여 년의 역사와 문화를 정리한 책이다. 고려 충렬왕 때인 1280년대 무렵 일연스님이 총괄하고 무극 등 제자들이 편찬했다. 역사책이면서 신화, 설화, 전설, 시가를 담고 있어 재미있는 이야기 보따리이자 한국 정신과 문화의 보물 창고다.
삼국유사는 5권 9편으로 이뤄져 있다. 이번 역주본은 역대 왕들의 연대기인 '왕력' 편, 고조선 이래 여러 나라의 일반 역사를 서술한 '기이'편, 불교문화와 불교사에 관한 내용인 '흥법' 등 7편을 각각 한 권으로 묶었다.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역주서가 간단히 표로 처리하던 '왕력' 편을 별도의 책으로 묶어 320개가 넘는 상세한 주석을 달았다는 점이다. 박대제 교수는 "왕력 편은 그 동안 삼국유사의 부록으로 소홀히 다뤄져 왔으나 삼국유사가 사서로서 완결성을 갖추게 만든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삼국유사에서 왕들에 대한 기록은 '기이' 편이 신라 왕만, 그것도 절반 정도만 서술하고 있는데 나머지 절반의 신라 왕을 포함해 고구려ㆍ백제ㆍ가야ㆍ후고구려ㆍ후백제 왕까지 빠짐없이 서술한 것이 왕력 편이다.
이번 역주본은 최 교수가 2007년 초고를 완성했고 박 교수가 최신 연구 성과를 반영해 마무리했다. 삼국유사에 매료돼 30년 넘게 연구해 온 최 교수는 "삼국유사는 우리 고대 정신사와 문화사의 박물지이며 이 역주본은 바로 그런 삼국유사의 박물지"라고 설명하면서 "삼국유사에 실린 신화와 전설이 그리스ㆍ로마신화처럼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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