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 제2라운드가 시작된다. 2011년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1라운드보다 훨씬 큰 규모인데, 미 업계에서조차 애플에 대해 '점점 특허괴물이 돼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새너제이 법원)은 31일(현지시간) 오전 삼성전자와 애플간 2차 특허소송 첫 심리를 시작한다. 이날은 배심원 선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애플은 특허소송이 이미 진행 중이던 2012년 2월8일 삼성전자가 특허를 침해했다며 새너제이법원에 또다시 소송을 제기했고, 삼성전자도 같은 해 4월18일 맞소송을 냈다.
이번 소송의 첫 번째 관전포인트는 '안드로이드 대 애플'간 진영대결이란 점. 애플이 문제를 삼은 ▦데이터 태핑 ▦시리 관련 통합검색 ▦데이터 동기화 ▦밀어서 잠금해제 이미지 ▦자동 완성 등 5가지 특허는 삼성전자 제품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가 탑재된 스마트폰에 모두 기본 기능으로 들어가 있다. 때문에 소송 대상은 삼성전자지만, 사실상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를 겨냥하고 있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OS 점유율은 79%를 기록, 15%에 그친 애플의 OS인 iOS를 압도했다. 애플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증인으로 요청하고, 자사의 전현직 iOS개발진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도 OS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을 것임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소송 액수가 커지고 대상제품 수가 훨씬 넓어졌다는 점이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3, 갤럭시노트2, 갤럭시 넥서스 등 10종류 제품을, 삼성전자는 애플의 ▦아이폰5, 아이패드 4, 아이패드 미니 등 10종류를 문제 삼았다. 1차 소송전 대상 제품들이 대부분 단종된 구형제품인데 비해, 이번 제품군들은 지금도 팔리고 있는 제품들이다.
게다가 담당 판사가 중재를 위해 양측 변호인을 불러 마련한 자리에서, 애플은 삼성전자에 대해 제품 1개 당 40달러의 로열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재판 때 로열티(대당 31.14달러) 보다 훨씬 많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미국 내 특허전문가들조차 애플의 행태를 문제삼고 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애플이 제시한 대당 40달러는 전문가 예상치의 10~20배 이상을 요구한 셈"이라고 밝혔는데, IT업계에선 "애플이 갈수록 특허소송을 통해 돈을 벌려는 특허 괴물처럼 되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부 차관을 지낸 에브 얼리치는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에 쓴 칼럼에서 "특허 괴물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특허를 어긴 기업을 사로잡으려 특허권을 산다. 그러나 애플의 40달러 로열티 요구한 것과 마찬가지로 실제 손해배상금은 경제적 가치가 아니라 특정 제품 전체를 토대로 산정된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애플의 텃밭에서 벌어지는 '앞마당 재판'이지만, 1차 때처럼 배심원들이 일방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주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문병순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하드웨어와 달리 소프트웨어에 대한 특허는 입증하기도 쉽지 않은데다 산업 전체의 활성화를 가로 막는 결과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 IT전문지 PC월드도 "1차 소송 때에 비해 삼성전자의 미국시장 내 인지도와 영향력이 많이 올라왔기 때문에 배심원들도 삼성전자에 더 많은 정당성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심원 평결은 이르면 5월 중순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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