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대북 3대 제안 이후 정부가 후속 조치 검토에 착수했다. 그러나 북한은 박 대통령 제안에 별다른 반응 없이 핵실험 위협 강도를 높이는 등 대결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어 당분간 드레스덴 제안이 탄력을 받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 당국자는 30일 "일단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박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 중 실현 가능한 우선순위를 정하고 제안 내용을 보다 정교하게 가다듬는 방향으로 후속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5ㆍ24 대북 제재 조치에 저촉되지 않는 인도적 지원 분야와 북한 복합농촌 단지 조성 등 자체 역량으로 사업 착수가 가능한 분야를 중심으로 실행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북한의 호응 여부다. 북한 당국은 이날까지 대북전단 살포, 박 대통령의 북핵 불용 발언 등 체제 위협과 관련한 대남 비난만 이어갈 뿐, 드레스덴 제안에 대해선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박 대통령의 유럽 순방을 "낯 간지러운 수작"이라며 실명 비난했고, 북측 고위급접촉 대표단도 전날 '비방ㆍ중상 중단' 합의 파기의 책임을 박 대통령에게 떠넘겼다. 급기야 북한 외무성은 이날 북측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대응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긴장을 한층 고조시켰다.
때문에 정부가 먼저 드레스덴 제안을 협의하기 위해 북측에 대화를 제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는 "(북측에) 회담을 선 제의하는 문제는 여러 조건을 고려해 판단하겠다"며 여지를 남겼지만, 이는 북한의 긍정적 화답을 전제로 하고 있다. 또 정부는 이날 "북한은 대응하기조차 부끄러운 저속한 막말과 비방을 즉각 중단하라"며 박 대통령 비난에는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갈 뜻을 드러냈다. 비방ㆍ중상 중단 문제와 북핵 폐기 조건을 둘러싼 남북의 기본 입장이 정리되지 않는 한 지금의 대결 국면을 완화ㆍ해소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북한은 고위급접촉 대표단 담화에서 "남북관계 개선은 역행할 수 없는 흐름이다. 남측이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는지를 지켜보겠다"며 대화 재개 여지를 닫지는 않았다. 이는 한편으로 드레스덴 제안을 무작정 무시하거나 일축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대결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대북 지원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따져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북제재에 따른 핵실험 위협이 주로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독수리연습이 끝나는 내달 중순쯤 북한 나름의 남북관계 해법을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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