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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도와줄게, 신부만 데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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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도와줄게, 신부만 데려와"

입력
2014.03.3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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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한상훈(30) 대리는 지난 15일 결혼했다. 그는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여름 경기 분당 판교테크노벨리에 문을 연 새 사옥에 마련된 결혼식장에서 식을 올렸다. 이 곳에는 45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컨벤션홀에, 신부대기실과 폐백실이 있고, 피로연장으로 쓸 수 있는 600석 규모의 푸드코트가 바로 옆에 있다. 그는 "회사와 계약을 맺은 결혼준비회사 직원이 찾아와 내 스케줄에 맞춰 상담해 주기 때문에 시간을 뺏기거나 업무 흐름이 깨질 염려가 없다"며 "비용도 하객 식사비 정도 부담하면 되니까 일반 예식장과 비교해 2,000만원 가량은 절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요즘 직원들 결혼식 챙기기에 부쩍 열심이다. 예식장을 비롯한 시설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결혼도움회사(웨딩 플래너) 소개, 웨딩카 서비스, 보너스 상품권 등 직원들의 결혼식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삼성그룹은 계열사 직원들의 결혼준비를 돕기 위해 '삼성결혼도움방'을 운영하며, 강남(서초사옥 다목적홀), 시청 인근(삼성화재 삼성생명), 강동(삼성엔지니어링) 등 4개 사옥 시설을 주말 예식장으로 제공하고 있다. 방명록, 장갑 등 예식, 폐백에 필요한 물품은 물론, 하객 안내, 폐백 진행도 무료로 돕는다. 결혼도움방 관계자는 "월 평균 60~70건 예식이 열리고 있다"며 "결혼을 앞둔 직원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 6개월 전에 추첨을 해서 대상자를 뽑는데도 경쟁률이 4~5대 1 수준"이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계동 사옥을 웨딩홀로 제공하고 자동차 회사답게 에쿠스, 제네시스 등 고급 세단으로 웨딩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신촌, 가산 사옥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직원들에게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국내로 신혼여행을 가는 직원에게 최대 30만 원의 경비를 지원한다.

사실 미혼직원들에겐 결혼식 자체가 큰 부담이다. 장소 섭외도 만만치 않는데다, 비용도 많이 든다. 때문에 기업들은 '직원복지' 차원에서 결혼식을 돕고 있다. 물론 결혼과 출산 촉진이라는 사회적 명분도 있다.

엔씨소프트는 아예 처음부터 결혼식장 운영을 염두에 두고 사옥설계를 했다고 한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업무 능률을 떨어뜨리고 이는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회사로서도 큰 손실"이라며 "회사가 결혼식 스트레스를 덜기 위해 돕는다는 점 때문에 젊은 직원들이 뿌듯함도 갖고 업무에 더 잘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서초사옥에서 결혼식을 올린 삼성SDI의 한 직원은 "아직까지도 결혼식은 가족 대 가족의 행사이기 때문에 신경 쓸게 많고 준비도 큰 부담이 된다"며 "회사가 큰 짐을 덜어주고 가족들에게 회사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애사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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