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차기 대통령 후보로 무소속 페트로 포로셴코(48)가 급부상하고 있다. 유력 후보이자 경쟁자였던 우크라이나민주개혁동맹(USDR) 당수 비탈리 클리치코(42)가 포로셴코 지지를 선언하며 대선 출마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복싱 선수 출신으로 개혁을 위한 우크라이나민주동맹(UDAR) 대표인 클리치코는 29일 "우리는 민주적 역량을 대표할 단일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며 대선 불출마와 포로셴코 지지를 선언했다. 포로셴코도 이날 대선 출마를 공식 표명했다.
포로셴코는 최근 현지 여론조사에서 25% 안팎의 지지율로 클리치코(9%)와 율리아 티모셴코(8%)를 앞섰다. 외신들은 "초콜릿 사탕 등을 생산하는 대기업 '로셴'을 소유해 '초콜릿왕'으로 불리는 포로셴코의 어깨에 우크라이나의 미래가 달렸다"고 보도했다.
포로셴코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볼흐라드 출신으로 키예프국립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카카오 열매 판매를 시작해 제과공장 몇 개를 사들였고, 연간 초콜릿, 사탕 등 45만톤을 생산하는 제과기업 로셴을 합병해 '초콜릿 왕'이란 별명을 얻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는 자동차 제조회사 등도 소유해 재산이 13억달러(1조3,897억원)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가 소련에서 분리 독립한 뒤 국가 재산을 집어삼키며 우크라이나에 부를 축적한 올리가르히(재벌)와 달리 그는 자수성가한 기업가로 평가받는다.
포로셴코는 레오니드 쿠치마 대통령 시절인 1998년 여당 우크라이나통합사회민주당(SDPU)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2004년 오렌지혁명 당시 영웅으로 떠오른 빅토르 유센코를 도왔고, 유센코 집권 시절 외무장관, 중앙은행 총재를 지내며 두각을 나타냈다. 최근 쫓겨난 야누코비치 정권에서도 경제부 장관으로 중용됐다.
그는 기업가 출신에다 정파성도 약해 추락하는 경제를 살리고, 러시아와의 균열을 봉합할 인물로 꼽힌다. 키예프의 정치평론가들은 "논란이 끊이지 않는 티모셴코나 경험이 부족한 다른 정치인 보다 포로셴코가 유권자의 입맛에 맞는다"며 "각료 출신이자 성공적인 기업가인 포로셴코가 티모셴코에 비해 온건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계 주민들에게도 논쟁거리가 덜한 인물이라 위기에 잘 대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초 친러도, 친유럽도 아니었던 그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협력협정 체결이 가시화하자 러시아가 로셴의 초콜릿 수입을 금지하고, 러시아 남부 리페츠크에 있는 로셴의 제과공장을 폐쇄한 뒤 친서방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반정부 시위를 자신이 소유한 방송으로 생중계하며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클리치코의 포로셴코 지지 선언으로 티모셴코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티모셴코는 2004년 대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오렌지 혁명을 이끈 인물로 두 차례 총리를 지낸 정치인이다. 그러나 정경유착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해 야누코비치 시절 구속되는 등 논란도 많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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