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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이후의 성생활

입력
2014.03.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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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이란 청년과 노년의 중간인 마흔 살 안팎의 나이를 이르지만, 의학적으로는 따로 정의되어 있지 않다. 신체의 노화는 성장이 최종적으로 완료되고 퇴화가 일어나는 30대 후반부터 시작한다. 우리가 이러한 변화를 확연하게 느끼게 되는 시기가 성호르몬의 감소가 뚜렷해지는 중년 이후인 44세에서 52세를 갱년기라고 일컫는다. 그리고 이 시기 이후를 노인, 혹은 노년기라고 칭한다.

중년들이 흔히 하는 고민 중의 하나는 '사랑'으로 건강 그리고 삶의 질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의하면 성적 만족도란 육체적인 만족도 외에 정신적, 감성적, 사회적 측면의 행복 모두를 의미하며 누구에게나 이러한 성적 만족도를 추구하는 기본권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밥 먹고 물 마시고 숨을 쉬는 것이 남녀 어느 나이에서나 자연스러운 생리행위이듯이 중년이나 노년의 성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다.

나이가 들면 성 기능이 떨어지고 성적 능력의 개인차가 존재하긴 하지만, 성에 대한 정서적인 욕구는 남녀를 불문하고 변화 없이 계속된다. 즉 젊은 청춘 시절에만 열정적인 사랑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욕구는 나이에 상관없이 영원히 지속한다. 따라서 성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에 좌우되는 청년기가 아니라 중년기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순수하고 원숙한 사랑을 꽃피울 수 있는 시기가 된다. 남녀 간의 사랑은 절대로 정답이나 공식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성적 능력은 성호르몬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육체적으로 남자의 성 능력은 20대에 최고조에 달해서 30대까지 유지되다가 40대부터 감퇴하고, 여자의 성 능력은 30대에 최고조에 달해 40대까지 유지하다가 50대에 가서 감퇴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성 기능은 남녀 모두 80세 이후까지도 유지되며 성적 관심이나 호기심은 나이와 관계없이 영원히 지속된다.

중년 이후의 성생활은 순수한 성에 대한 욕구와 친밀감의 표현이며 동시에 노화를 지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젊은 시절과는 달리 즉각적이고 충동적이기보다는 오랜 경험에 의해서 더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성생활이 주는 즐거움은 단순한 쾌감이 아니라 신체적 접촉을 통해 서로 친밀감을 공유하고 정서적 만족감과 안정을 가져다준다. 더욱이 중년의 성생활은 순간적인 극치감이 목적이 아니므로 심리적 요인이 더 폭넓게 작용하게 된다. 성은 단순히 성적 욕망이나 표현으로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중년에는 성을 단순한 쾌감이 아닌 친밀감과 상대방과의 교감을 위한 한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성생활은 그 횟수나 강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호 존중과 정서적 친밀감을 바탕으로 애정 표현의 한 수단으로 행해져야 한다. 성생활 시에는 남편, 아내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집중해야 하고, 특히 떨어진 남편의 성적 능력을 이해하는 아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적으로 활발한 여성이 건강과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활기찬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성에 대한 적극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성적 욕구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면 성 기능이 급속도로 퇴화하고 건강과 수명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부부의 성생활을 통해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활기를 불어넣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따라서 단순한 성기의 결합이나 사정에 의한 쾌감이 아니라 성행위를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년기의 바람직한 성생활을 위해 상호 존중과 애정을 가지고 대화하고 계획하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적극적으로 함께 만들고, 함께 즐기고, 함께 노력하여야 한다.

성공적인 중년을 맞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 심리적인 안정으로, 이를 위해서는 행복한 성생활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나이에 상관없이 남자는 여성에게 남자다움을 인정받기를 원하며 여성은 남자로부터 여성임을 확인하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따라서 성생활에 함께 관심을 가지고 사랑에 대한 희망을 주려는 노력이 중년 이후에는 더욱 필요한 것이다.

심봉석 이화의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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