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8일 장시간 통화 끝에 우크라이나 사태의 외교적 해결에 합의했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30일 열릴 양국 외무장관 회담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가 대화 국면으로 선회할지 주목된다.
미국 백악관은 29일 성명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28일 저녁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통화를 요구해 1시간 가량 회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푸틴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외교적 해결 논의를 요청했고, 오바마는 구체적인 해결책을 서면으로 먼저 제시해줄 것을 제안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외교적 해결은 러시아가 군대를 철수하고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과 주권을 더는 침해하는 조치가 없어야 가능하다는 점을 오바마 대통령이 강조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대통령실도 29일 푸틴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 안정을 도울 방안을 모색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외교적 해결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외무장관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케리 장관과 라브로프 장관이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회담한다"고 밝혔다. 오바마를 수행 중이던 케리 장관은 이날 사우디에서 파리로 향했다.
이번 통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동부에 대한 무력 행사 가능성과 미국, 러시아간 제재와 비방 강도가 점차 높아지는 상황에 사전 계획 없이 성사됐다는 점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워싱턴포스트는 "양국 외무장관의 구체적 합의 내용에 큰 관심이 쏠린다"며 "합의 사항이 4월 1, 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무장관 회의에서 지지를 받을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가 대화 국면으로 급선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29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군사행동을 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뜻을 밝혔다며 외교적 해법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가세했다. 반 총장은 이날 유엔본부 기자회견에서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이 없다는 확약을 했냐'는 질문에 "어떤 군사적 행동도 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고 답했다. 라브로프 장관도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을 의도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친러시아 지역인 동부와 맞닿은 러시아 지역에는 최대 10만명의 러시아 군이 집결했다는 주장 등이 이어지며 러시아의 무력 사용 우려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헌법개정을 통해 연방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방제 이후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동ㆍ남부에서 주민투표를 유도해 추가로 러시아에 합병하려는 노림수다. 라브로프는 "연방화는 우리의 바람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동남부가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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