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에 회담을 제안했다. 안 대표가 제시한 회담 의제는 기초선거 공천 문제다. 김한길 공동대표를 빼고 안 대표가 단독 기자회견을 가진 것을 보면, 새정치민주연합이 6ㆍ4 지방선거를 '박근혜 대 안철수' 구도로 끌고 가려는 전략을 세웠음을 짐직하게 한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했던 기초선거 무공천을 지키라고 압박함으로써 선거 프레임을 '거짓 대 진실'로 몰고 가려는 의도도 보인다. 당내에서 무공천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비판과 분란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으로 돌리려는 고려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처럼 안 대표의 회담 제의가 선거 전략 차원의 복선을 깔고 있어 청와대가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안 대표에게 정치적 공세의 자리를 깔아줄 수 있다는 부담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은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 대선 때 기초선거 무공천을 국민 앞에 굳게 약속해 놓고도 당선 이후 공천 선회에 대해 박 대통령이든 새누리당이든 책임 있는 해명이나 사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치의 기본은 신뢰다. 더욱이 신뢰는 박 대통령의 상징이었다. 박 대통령이 어떤 형식으로든 기초선거 공천 폐지를 번복하게 된 이유와 상황을 국민에 설명해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도리이고, 신뢰의 정치다. 그런 점에서 여야 영수회담은 박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해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야당의 정략적 복선 때문에 정 내키지 않는다면, 새누리당에 전권을 줘서 야당과 협상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내일 시작하는 4월 국회에서 여야가 선거법개정 협상을 통해 기초선거 공천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우리가 사설(3월29일자)에서 밝혔듯이 기초선거의 경우 공천이든 무공천이든 장단점이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성격이 강한 기초의회는 무공천으로 하고, 책임이 상대적으로 큰 기초단체장은 공천하는 절충안도 제시한 바 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선거 룰조차 합의하지 못하고서야 정치라고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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