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신한(안산 신한은행)’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우리 왕조(춘천 우리은행)’가 재건됐다.
여자프로농구 춘천 우리은행이 2년 연속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제패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어 젖혔다. 우리은행은 29일 경기 안산 와동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67-66으로 승리,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패권을 차지했다.
이로써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신한은행의 ‘6년 천하’를 무너뜨린 데 이어 통합 2연패를 달성해, 명실공히 명가 부활을 알렸다. 2011~12시즌까지 4년 연속 꼴찌에 머물렀던 우리은행이 지난해 우승을 했을 때만 해도‘우연’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에 큰 공을 세웠던 외국인 선수 티나 톰슨이 팀을 떠났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선발한 니콜 포웰은 한국행을 포기하는 악재 속에 개막을 맞이했다. 여기에 위성우 감독은 지난해 11월 초까지 아시아선수권대회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소속팀을 제대로 돌볼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은행의 저력은 대단했다. 토종 선수들의 맹활약을 앞세워 시즌 내내 선두 자리를 지켰고 결국 유일한 7할대(0.714) 승률을 선보이며 2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자유투 45개 연속 성공으로 이 부문 신기록을 쓴 프로 6년차 박혜진(24)은 올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간판 슈터로 자리매김했다. 팀의 맏언니이자 지난해 MVP 임영희(34)는 물오른 기량을 뽐내며 후배들을 이끌었다. 이승아(22)와 양지희(30) 등 신구 조화를 완벽히 이뤄낸 우리은행은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체력 우위와 압박 수비로 신한은행을 무너뜨렸다.
2003년 겨울리그부터 2006년 겨울리그까지 4년 연속 정상을 차지한 우리은행은 2000년대 후반 암흑기를 거쳐 마침내 ‘왕조 재건’에 성공했다. 우리은행은 통산 6번째 챔피언전 우승으로 이 부문 1위 신한은행(7회)의 턱밑까지 따라 붙었다. 올 시즌 외국인선수의 평균 득점이 10점대 초반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토종이 중심이 된 우리은행의 미래는 더욱 밝다.
한편 기자단 투표 74표 가운데 72표의 몰표를 받은 임영희는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챔프전 MVP의 영예를 안았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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