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하고 살았길래 졸업한 지 2년이 넘도록 백수예요? 지원자들 중 필기점수가 제일 엉망인 거 알아요?""남들 다 갔다오는 해외연수를 안 갔는데 집안이 어려운가 봐요?"
27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의 한 카페. 쉴새 없이 질문을 쏟아내는 3명의 가상의 면접관들 앞에서 김윤희(26)씨가 더듬더듬 답변을 이어간다. 기업 면접장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감돌지만 이들은 모두 취업준비생. 지원자를 궁지에 몰아넣는 질문으로 위기 대처능력을 평가하는 이른바 압박 면접에 대비하기 위해 모인 '압박 스터디' 멤버다. 김씨는 "면접 질문들이 더 깐깐해지는 추세라 압박 질문에 대처하는 법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면서 "같이 스터디하는 사람들끼리 일부러 상처 주는 질문을 던지면서까지 면접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까다로와진 기업의 채용방식에 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스터디가 각양각색으로 분화하고 있다. 토익 시험이나 기업별 인ㆍ적성 검사 등을 준비하는 '필기 스터디', 서로의 자기소개서를 수정해주는'자소서 스터디' 등은 고전이 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압박(모욕) 면접 스터디', 이동 시간까지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카카오톡 메신저 상에서 상식문제를 내고 맞추는 '카톡 스터디', 면접관들과 등산을 하거나 체력검정을 하는 것에 대비해 매주 산에 오르는 '체력 스터디'까지 등장했다.
과거에는 '스터디'가 시험이나 취업과 관련된 정보를 교환하는 소모임을 뜻했으나 지금은 일상을 공유하는 온ㆍ오프라인의 모임까지 '스터디'로 부를 정도로 의미가 확장됐다. 잠을 깨워주는 '모닝콜 스터디', 정해진 시간에 만나 밥만 같이 먹는 '밥터디'등이 대표적이다. 취업준비생 이용민(27)씨는 "백수 신분에 부모님께 학원비까지 손을 내밀 수가 없어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스터디"라며 "취업을 준비하는 지난 1년 동안 스터디를 20개 정도는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스터디는 필수 관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전국 대학생 843명을 상대로'취업 스터디 참여 경험'을 물었더니 55%(464명)가 '스터디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기업들이 지원자에게 원하는 자질의 항목에 비례해 꾸려야 할 스터디 수도 늘어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대학 휴학 후 모닝콜ㆍ토익ㆍ토론 스터디를 병행하고 있다는 이현지(25)씨는 "기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자를 평가하는 건 좋지만 채용 전형의 가짓수만 늘리거나 모욕 면접같이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지원자를 허탈하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우한솔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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