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지역에 집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안드리 파루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위원장은 27일(현지시간) "러시아군 10만명가량이 (우크라이나 동부)하리코프ㆍ도네츠크 인근 접경지역에 주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브게니 페레보이니스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도 "25일 (우크라이나 접경 러시아 서부) 브랸스크의 클리모보 역에 병력과 장비를 실은 60량의 열차가 두 차례 도착했으며 통신장비가 설치되고 작전본부, 의료센터, 막사 등이 세워졌다"고 밝혔다. 이에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10만명은 너무 많은 것처럼 들린다"며 우크라이나의 주장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CNN 방송은 정보당국의 기밀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가 크림반도와의 육상 운송로를 확보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현재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으로의 러시아군 병력 집결은 1990년대 중반 체첸 전쟁과 2008년 조지아 전쟁을 앞둔 시점의 병력 이동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긴장이 고조되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국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에 배치한 군을 물리고 우크라이나 정부 및 국제사회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의회도 이날 우크라이나 지원 법안과 러시아 제재 법안을 각각 승인했다. 우크라이나 지원법에는 10억달러 상당의 대출담보와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원조를 과도정부에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러시아 제재법은 크림 합병과 관련된 러시아 인사들의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이에 따라 러시아 은행 서너 곳이 추가제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은 다음달 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에너지 협력을 위한 특별회의를 열고 유럽의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논의한다.
한편 푸틴은 이날 "러시아군이 크림에서 새로운 능력을 과시했다"며 자국군의 무력개입을 처음 인정했다. 러시아로 망명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각 지역의 지위를 결정할 주민투표를 전국적으로 실시하자고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지방자치권을 확대한 연방제 국가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친러시아 진영의 주장과 상통하는 내용이다.
유엔은 이날 총회를 열고 찬성 100, 반대 11, 기권 58로 러시아의 크림 합병 무효를 결의했다. 193개 회원국의 압도적 찬성으로 결의안이 채택될 것이라는 당초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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