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8일 내놓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장 가늠키는 어렵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박근혜정부가 이전까지 '선 비핵화 후 남북관계'의 도식 속에 북한을 관리해온 점에 비춰볼 때 드레스덴 3대 제안에는 통일기반 조성과 비핵화를 분리 대응하려는 고민이 묻어난다"고 말했다.
관건은 북한이 박 대통령의 제안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이명박정부 사례를 보면 향후 북한이 취할 태도를 어느 정도 예상해 볼 수 있다. MB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대북 정책의 상수로 설정했다. '비핵ㆍ개방ㆍ3000 구상' 역시 북한이 핵을 버리면 향후 10년 내 북한 주민의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에 이르도록 돕겠다는 제안이다. 이런 기다림의 전략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북한의 변화를 담보할 실천 전략을 배제하고 있었다.
당연히 북한은 호응하지 않았고, 천암한 피격사건과 연평도 도발을 일으키며 MB정부 내내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갔다. 반면 같은 보수정권으로서 박근혜정부는 결과보다 과정에 치중한 흔적이 역력하다. 청와대 측도 "과거엔 교류ㆍ협력을 얼마나 하는 것을 강조했다면 이번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상가족 상봉 정례화와 북한 농업개혁 지원,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 등 비정치적 분야를 앞세워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북한이 우리 정부의 진정성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이산상봉 행사 이후 소강 상태를 보이던 남북관계는 최근 다시 경색 국면으로 흐르는 기류가 뚜렷하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이날도 우리 군이 전날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 어선을 나포한 사건과 관련해 "남조선 군부 호전광들의 만행"이라며 보복조치를 시사했다.
북한의 강경 분위기는 박 대통령이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북핵 불용 원칙을 재차 밝힌 뒤 심화했다. 박 대통령의 유럽 순방과 천안함 피격 4주기에 맞춰 노동미사일을 발사하고, 박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아 실명 비난을 재개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핵무력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이다.
결국 북한이 포괄적 대북 지원책보다 북핵 폐기 요구를 평화통일 구상의 본질이라고 판단한다면 남북관계 진전은 크게 기대할 수 없다. 정부도 박 대통령의 제안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화답해 올 경우 고위급 접촉을 먼저 제의해 인프라 구축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남북관계의 끈은 인도적 지원 사업을 통해 유지되겠지만, 북한 인프라 조성은 북핵 문제에 일부라도 변화가 있어야 본격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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