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두뇌가 큰 돌고래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부모 곁을 일평생 지키거나 친척들과 무리 지어 사는 등 매우 영리하고 사회성도 뛰어나다. 그런 동물을 잡아와 먹이를 미끼로 각종 체험활동과 쇼를 시키는 것은 인류의 오만이다."
2010년 일본의 돌고래 포획을 기록한 영화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로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루이 시호요스(사진) 감독. 28일 그와 인터뷰를 하게 된 계기는 지난 10일 울산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에서 태어난 지 3일만에 죽은 새끼 돌고래 장생이의 비극이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돌고래는 사람과 얼마나 비슷한가'라는 것이었다.
그는 "쇼를 벌이는 돌고래가 늘 웃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수족관의 높은 폐사율과 갖은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결코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루에 100㎞를 헤엄치는 돌고래를 고작 수십m 크기 수조에 가둬둔다면 과연 행복하겠느냐"고 물었다. "수족관 돌고래가 아이들에게 교육적이라는 주장은 독방에 감금한 죄수를 보여주고서 인류에 대해 알아보자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과학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18년간 사진작가로 일한 그의 이름은 영화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로 유명해졌다. 매년 돌고래 2만3,000여 마리가 죽어나가는 일본 와카야마현 타이지(太地町)의 핏빛 포획현장을 고발한 영화다.
시호요스 감독은 "돌고래 수족관은 자연을 이기고 정복해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동물을 인류의 이웃이 아닌 흥밋거리로 인식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아이들에게도 오히려 반교육적인 처사"라고 말했다. 현재 그는 비정부기구인 해양보존협회(OPS) 사무국장으로 돌고래 보호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국내 수족관 돌고래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간처럼 사회적이고 감정적이고 지능적인, 한때 드넓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던 돌고래는 좁은 수조에 갇혀 항생제와 위장약으로 비루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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