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의 출자자이면서도 늘 '을'취급을 받아왔던 증권ㆍ선물사들이 처음으로 주주협의체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31일 한국거래소 주주총회에서 주주로서 제 목소리를 내고 업계의 요구를 관철하겠다는 것이다.
증권ㆍ선물회사 관계자들은 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모여 한국거래소 주주협의체를 구성하고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을 초대 대표로 뽑았다. 거래소 지분은 한화투자증권(지분률 5%), 우리투자증권(4.6%), 동양증권(3.46%), KB투자증권(3.29%) 등 36개 증권ㆍ선물회사가 전체지분의 80% 이상을 나눠갔고 있다.
이번 주주협의체 결성은 거래소가 지난해 한맥투자증권 주문실수 사건을 처리하면서 업계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게 계기가 됐다. 거래소가 회원사들이 공동 적립한 '손해배상 공동기금' 570억원을 한맥투자증권에 일방적으로 집행함에 따라 다른 증권사가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31일까지 채워야 할 기금이 400억원에 달한다"며 "증시불황으로 증권사 상당수가 적자를 입고 있는 마당에 증권사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36개사는 이날 거래소 회원사의 결제불이행이 발생할 경우 공동기금 대신 거래소 자체기금인 '파생상품중앙청산소(CCP) 기금'을 먼저 사용하도록 거래소에 건의하기도 뜻을 모았다. 아울러 거래소가 주주들에게 주는 배당금을 지금보다 늘리도록 요구하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는 거래소 주주이면서도 주요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에서 사실상 배제됐다"며 "앞으로는 업계 공통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거래소에 회원사 의견을 적극 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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