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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거리와도 더불어 살 때 풍부해지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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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거리와도 더불어 살 때 풍부해지는 삶

입력
2014.03.2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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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길모퉁이의 의자를 바라보며 시작됐다. 의 아동문학 작가 황선미(51)의 신작 는 그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4개월여 머무는 동안 완성한 작품으로 "산책을 하던 중 여러 의자를 보고 아버지가 앉아있던 의자가 떠올라" 썼다. 건설회사 회장으로 성공했지만 아이 같은 모습을 간직하며 산 이야기의 주인공 강 노인 역시 황 작가의 아버지를 모델로 했다.

내달 8일 개막하는 영국 런던 도서전에 '오늘의 작가'로 선정된 그는 이번 작품에도 과 마찬가지로 삶과 죽음이란 묵직한 소재를 담았다. 황 작가는 "동화라고 해서 죽음이 별개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한다.

강 노인은 뇌종양 판정을 받은 후 여생을 보내기 위해, 미국으로 입양되기 전 어린 시절 지냈던 산동네 집으로 30여 년 만에 돌아온다. 오랜 세월 빈 집으로 남아있던 산동네 버찌마을 100번지 강 노인의 집은 아이들 사이에 '거인의 집'으로 불려 왔다. 마을 사람들은 집 뒤뜰에서 닭을 키우고 텃밭을 가꿔왔으며 등산로로 향하는 지름길로도 뒤뜰을 사용해왔다. 책의 제목대로 뒤뜰에 골칫거리가 가득한 셈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이다. 빡빡한 인생을 보내고 말년이 돼서야 동심의 발원지를 찾은 강 노인은 이곳에서 사소함이 주는 즐거움을 발견한다. 급기야 성벽처럼 닫아걸었던 집의 뒤뜰을 동네의 앞마당으로 열어젖히는데 그 순간 강 노인과 무관해 보이던 이웃들이 강 노인의 추억 속 인물로 둔갑한다.

작가 특유의 따뜻하고 섬세한 필체로 뒤뜰은 물론 벽장, 다락방, 창고 등 오래된 집의 비밀스러운 공간들이 우리네 삶을 비추는 거울로 생명을 얻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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