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주문형비디오(VOD)로 안방에서도 만날 수 있는 '노예 12년'은 잔혹한 영화다. 자유인으로 살다가 납치돼 노예로 비참하기 그지없는 12년을 보내야 했던 솔로몬 노섭의 실화를 그린다. 미국 남북전쟁 전 노예제의 실상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는 노섭의 수난에 초점을 맞추며 당대의 사회문제를 스크린에 복원한다. 노예들의 현실을 측은하게 생각하면서도 사회를 바꿀 용기는 없는 백인 농장주, 노예를 착취하기 위해 성경 문구처럼 곡해하는 악랄한 백인 주인,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노섭을 돕는 선한 백인 노동자 등이 등장해 인간의 다면성을 전한다.
눈을 질끈 감고 싶은 장면들이 이어지지만 영화는 단순한 잔혹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단지 살아남는 게 아닌, 사람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의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고통스럽게 연명하던 노섭과, 그가 여자 동료인 팻시와 나누는 가슴 쓰린 우정이 눈물을 부르기도 한다.
감독은 영국 비주얼아티스트 출신 스티브 매퀸이다. '헝거'(2008)와 '셰임'(2011)으로 명성을 얻은 그는 '노예 12년'으로 흑인 감독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작품상을 거머쥐는 기록을 남겼다. 아카데미상 작품상 수상을 등에 업고 국내 흥행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27일까지 48만6,175명(영화진흥위원회 집계)이 극장에서 이 영화를 찾았다. 15세 이상 시청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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