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독일 드레스덴 공대에서 21세기 한반도 통일을 위한 비전을 밝혔다. 추상적으로 떠돌았던 '통일대박론'을 현실화하기 위한 담대한 남북 교류ㆍ협력 프로그램이다. 내용은 크게 세가지다. 인도적 교류 강화와 북한의 민생 인프라 구축 지원,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이다. 인도적 교류로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북한 모자(母子) 패키지 지원 등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둔 것은 북한 경제였다. 지금까지 퍼붓기식 단순지원 방식에서 탈피해 북한이 자립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돕겠다는 것이다. 북한 농어촌 지역에 '복합농촌단지'를 조성하고, 교통ㆍ통신 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지하자원을 개발, 통일을 위한 경제공동체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남북 경제교류가 궤도에 오르면 동북아개발은행 설립,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지원, 국제투자유치 등 북한경제의 국제화도 가능하다고 봤다.
남북 동질성 회복을 위해 박 대통령은 역사 문화예술 스포츠 교류 등 다양한 민간접촉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대선 공약이기도 한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재차 제안한 것은 점점 고착화하는 남북간 이질감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어떤 대북제안도 북한의 호응을 끌어낼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통일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인도적 교류, 경협, 민간교류 등을 빠짐없이 짚었다. 그러나 남북간 최대 현안인 5ㆍ24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남북간 인적ㆍ물적 교류를 금지한 5ㆍ24 조치를 수정하지 않고는 이 모든 제안은 공허할 수 밖에 없다. 정부가 후속조치로 이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3,000조~4,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여겨지는 통일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이 모든 제안의 전제로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핵문제를 앞세워서는 의미 있는 남북교류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 이전에 민간 및 경제교류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핵문제 역시 통일의 한 프로세스로 보는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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