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황제 노역' 비난 거세자 법관 재량까지 제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황제 노역' 비난 거세자 법관 재량까지 제한

입력
2014.03.28 12:05
0 0

"최근 법원을 바라보는 국민과 언론의 따가운 시선과 우려의 눈빛을 모두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박병대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28일 벌금을 노역으로 대신하는 환형유치 제도 개선안을 논의한 전국 수석부장판사 회의를 열면서 이렇게 입을 뗐다.

박 처장은 이어 "수천, 수만 건의 판결 중 0.1%, 0.01%, 아니 단 한 건의 판결이라도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반한다는 비판을 받는다면 사법작용 전반에 대한 국민 신뢰에 결정적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재호(72)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일당 5억원 '황제 노역' 논란이 사법부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혔는지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회의에서 마련된 개선안은 노역 일당을 벌금 1억원 미만은 10만원, 1억원 이상은 벌금액의 1,000분의 1을 기준으로 정하되, 고액 벌금의 경우 액수에 따라 유치기간 하한선을 두도록 했다. 현행법에 노역 기간이 '1일 이상 3년 이하'로만 규정돼 있어 '판사 마음대로'란 비판을 받는 법관의 재량의 범위를 대폭 제한한 것이다.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는 이 같은 기준 설정이 개별 재판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대부분은 이번 사안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서는 지역법관(향판)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에 관한 격론도 오갔다. 법원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비판을 받는 지역법관제를 폐지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얘기가 있었고, 일정 단계별로 의무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2, 3년 근무하게 하는 방안도 논의됐다"고 전했다.

법원행정처는 이 같은 개선안이 각급 법원에서 자연스럽게 안착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다음달 초 서울중앙지법 형사부 판사 회의에 최종안이 나오면 전국형사법관포럼, 형사법연구회 등을 통해 전국 법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광주지검 특수부(부장 김종범)는 이날 허 전 회장을 소환해 벌금 납부 계획과 국내외 은닉 재산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지난 26일 광주교도소에서 노역 중이던 허 전 회장을 불러 조사하다가 형 집행 정지 결정을 내리고 풀어준 지 이틀 만이다.

허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 앞서 취재진에게 "가족들을 설득해 이른 시일 내에 벌금을 납부하겠다.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허 전 회장 가족과 친인척 등의 정확한 재산관계를 파악하고 2010년 대주그룹 부도 전후 이뤄진 그룹 계열사간 비정상적인 돈 거래에 개입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한 뒤 밤 늦게 귀가시켰다.

한편 광주시는 허 전 회장이 지난해 사망한 부인 명의 상속 재산 50%(30억원)를 받아 미납 지방세(개인) 24억원을 납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주시 관계자는 "대주건설의 지방세 체납액 17억원도 다른 수단을 통해 확보할 수 있어 허 전 회장과 관련된 지방세 체납액 41억원을 모두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김청환기자 ch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