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드레스덴 공대에서 시종 담담한 표정으로 '한반도 평화통일 구상'을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은 특히 남북한 주민들의 동질성 회복에 연설 내용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통일이 단순히 하나의 영토, 하나의 체계를 만든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통일된 나라에서 같이 살아갈 남북 주민이 서로를 이해하고 한 데 어울릴 수 있어야 한반도가 진정 새로운 하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며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교류협력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 중간 남북 사이에 놓인 장벽으로 '군사적 대결의 장벽'과 함께 '불신의 장벽' '사회문화적 장벽' '단절과 고립의 장벽' 등을 꼽으며 동질성 회복의 중요성을 부각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이런 모든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일 통일이 역사적 필연이듯이 한국 통일도 역사적 필연"이라며 "인간의 존엄, 자유와 번영을 향한 열망은 그 무엇으로도 억압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통일에 대한 강한 의지도 재차 확인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공대 연설에는 50년 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베를린 공대에서 행한 연설과는 다소 대조적인 내용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독일과 한국, 또 분단되어 있는 모든 나라와 민족은 통일되어야 한다"고 통일 의지를 밝히긴 했으나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시작한 철의 장막은 동유럽과 소비에트의 과대한 영역을 거쳐 만주로 뻗어 내려와 우리나라의 판문점에 이르고 있다"며 "독일과 한국은 각각 공산주의의 파괴적 침투를 막고 있는 방파제"라며 반공과 자유를 강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당시 독일을 방문하셨던 한국의 대통령은 2차 대전의 폐허를 극복하고 라인강의 기적을 이룬 독일의 기적을 한국에서도 이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선친을 회고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 앞서 드레스덴 공대로부터 명예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공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독일 내 높은 평가를 감안한 대학 측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1828년 설립된 드레스덴 공대는 독일내 최고 공과대학 중의 하나로, 현재는 공학 분야 외에도 인문, 의학, 법학 등 총 14개 학부를 가진 종합대학으로 발전했다. 현재 3만7,000여명의 재학생(한국 학생 20~30명)과 520여명의 교수진을 보유하고 있다.
드레스덴=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