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를 배울 때 제일 먼저 외워야 할 것이 있다. 'der des dem den…'으로 시작되는 관사의 변화 유형이다. 남성 여성 중성의 3가지로 구분된 독일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학습의 첫발을 뗄 수가 없다. 하지만 독일어의 기본인 엄격한 성별 구별이 앞으론 달라질 전망이다.
최근 독일 연방 국가기관은 반드시 '성 중립적인' 언어를 써야 한다는 법무부의 칙령이 나와 독일어의 새로운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이는 최근 독일 사회의 성에 대해 바뀐 태도가 독일어의 남성 여성 명사와 관사 사용에도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독일어에는 한국어에는 없는 '여성 관사, 남성 관사, 중성 관사'란 문법 요소가 존재한다. 또한 명사 자체에도 각각 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명사의 성과 '유성 관사'들 때문에 최근 독일어는 공정하지 못한 언어라는 논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독일의 대학에서 여성이 교육 받기 시작한 이래 '학생들'이라는 단어의 사용은 문제가 돼왔다. '친애하는 학생들'이라고 말할 때 남성형 복수명사인 'Studenten'을 사용해야 할지, 아니면 남성ㆍ여성 합성형 명사인 'Studentinnen'을 사용해야 할지 고민스럽기 때문이다.
구인광고와 같은 공식 문서에서 담당자들은 이러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 남성형과 여성형을 교묘하게 합친 'Student(inn)en'이나 'StudentInnen'을 써왔다. 그러나 이런 방법 역시 여전히 남성형을 원형으로 하고 있어 불공정한 절충안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문제점들과 관련 독일 법무부가 모든 국가기관의 문서에 '중성어'를 공식표기 안으로 강조하면서 다시 한 번 독일어에 큰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점차 구인광고 등이 명사의 어근을 여성형으로 바꾸게 되면서, 남자 교수는 남성관사 der와 여성형 명사 Professorin (교수)이 합쳐진 형태인 der Professorin로 표기될 것이다. 또한 강사들은 대학생들을 부를 때 남성형인 Studenten이 아닌 성별의 구분이 없는 '대학 재학생'이라는 뜻의 'Studierende'를 사용해 성차별 문제를 피해가도록 권장 받게 된다.
몇몇 언어학자들은 미래에는 이런 변화를 넘어 유성관사 자체가 단순화 될 거라 전망한다. 언어학자 루이스 푸쉬는 현 독일의 절충적 방안들은 장기적으로 지나친 복잡함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세 이후 영어가 그래왔듯 독일어의 유성관사는 점점 단순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베를린자유대학의 언어학자 아나톨 슈테파노비쉬 역시 법률을 통해 문법을 바꾸기란 어렵다고 지적하면서도 독일 북부에서 쓰는 저지 독일어(Low German)가 남성관사 der와 여성관사 die를 구분하지 않고 de로 통일해서 쓰는 사례를 들어 독일어의 관사가 단순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연주 인턴기자(이화여대 영문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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