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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3월 29일] 살아야 한다

입력
2014.03.2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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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공감하겠지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본 지 오래됐다. 아주 가끔 책 읽는 사람을 발견하게 되면 마치 별종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을 정도다. 서점에 가도 사람이 없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인터넷 서점에서만 책을 사는 것 같지도 않다. 사람들은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 영혼 없는 표정으로 게임을 하고 트위터를 한다. 엊그제 만난 출판전문가는 교보문고가 머지 않은 미래에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말까지 했다. 나 역시 책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이로서 그리고 소설을 쓰는 작가로서 고민이 많다.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분석해야 할지 몰라 머리는 복잡하고 심장은 두근거린다. 그 어디에도 해법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좋은 책을 내는 것과 이익을 내는 것은 정녕 모순일까. 지금처럼 팔리지 않는 책을 내면서 애써 의미를 부여하고 팔리는 책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건 질투 어린 위선밖에 안 될까. 정말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선과 악이 무엇인지부터 차근차근 생각해보고 싶다. 과연 우리 삶에서 선은 무엇이고 악은 무엇일까. 성공하고 이익을 내고 그것을 나누는 것이 선일까 아니면 실패하고 손해보고 그것을 함께 위로하는 것이 선일까. 나는 어떤 선을 따라가야 할까.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삶이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삶은 사는 데서부터 시작하는 거니까.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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