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가 인터넷 동영상사이트인 유튜브 접속을 27일(현지시간) 전면 차단했다. 트위터를 차단한 지 딱 일주일 만이다. 곧 터키 내 페이스북도 폐쇄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터키 정부는 국가 안보회의를 도청한 자료가 유튜브에 유출됐다는 이유를 차단 근거로 내세우고 있지만, 30일 열리는 터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터넷 여론을 통제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유튜브에는 터키 총리의 비리 사실을 녹음한 도청파일 등이 연이어 올라오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집권당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군사개입 자작극 담긴 도청파일 유출
터키 통신청(TIB)은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 방안을 논의하는 고위급 안보회의 내용이 유튜브에 유출된 지 단 2시간 만에 유튜브에 대한 차단 조치를 결정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유튜브에 유출된 7분짜리 안보회의 내용은 터키 여론을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외무장관과 하칸 피단 국가정보국(MIT) 국장, 야사르 귤레르 터키군 총사령부 부사령관 등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는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작극을 벌이는 방안이 논의됐다. 시리아 알레포의 터키 영토인 '슐레이만 샤 묘지' 공터에 비밀리에 미사일 8발을 쏜 후, 터키군이 공격을 받았다는 자작극을 벌여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 명분을 마련하자는 내용이다.
외무부는 이날 즉각 성명을 내고 공개된 음성파일이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부토울루 외무장관은 지난 14일 오스만제국을 건설한 오스만 1세의 조부인 슐레이만 샤의 묘지는 1921년 프랑스와 체결한 조약 등에 따라 터키 영토이며 이곳이 공격받는다면 터키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리아 군사개입을 위한 자작극이 이미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돼 왔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권당이 시리아 발 군사적 긴장감을 조성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집권당 겨냥 도청파일 잇따라 폭로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이날 지방선거 유세에서 이번 도청과 유출의 배후로 정적인 페툴라 귤렌을 지목하며 "반역적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30일 열리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권당을 겨냥한 의도적 공작이라는 것이다. 실제 에르도안 총리의 비리 등을 녹음한 도청파일이 잇따라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집권당은 점차 궁지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에르도안 총리와 아들 빌랄이 현금 10억 달러(약 1조730억원)를 은닉하는 방법과 기업으로부터 약 1,000만 달러의 뇌물을 받는 내용 등이 녹음된 도청파일이 유튜브에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이날 시리아 군사개입을 위한 자작극 회의내용까지 유출되면서 지방선거 승리를 노리는 집권당에는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통화감청부터 공개까지는 에르도안 총리와 갈등을 빚어온 검찰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이 지난해 12월 장관급 인사 등이 연루된 부패스캔들 수사에 들어가자 에르도안 총리는 정적들의 음모라며 검찰에 대해 대규모 보복 인사를 한 바 있다. 터키 일간지 휴리예트는 이번 파일은 외무장관의 사무실에서 열린 회의를 도청했기 때문에 수백 미터 밖에서도 감청할 수 있는 첨단방비를 갖춘 조직의 소행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페이스북도 차단되나
에르도안은 잇따른 도청 폭로전에 통신청을 이용한 언론 통제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에르도안 총리가 차단 가능성을 경고한 3개 매체 가운데 아직 금지되지 않은 페이스북도 조만간 접속이 금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터키 시민들은 정부가 트위터에 이어 유튜브를 차단하자 이날 폭로된 도청 영상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하고 있다. 터키 방송사 스타TV는 이날 통신청 관계자를 인용해 페이스북 접속도 차단될 수 있다고 전했다. 터키 행정법원은 전날 트위터 차단이 헌법과 유럽인권조약에 위배된다며 결정했다. 그러나 통신청은 이행까지 30일 여유가 있다며 여전히 접속을 금지하고 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언론통제를 풀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AFP는 전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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