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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들은 왜 마약·총·범죄를 밥 먹듯 이야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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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들은 왜 마약·총·범죄를 밥 먹듯 이야기할까

입력
2014.03.2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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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미국 뉴욕의 할렘과 남부 브롱스를 중심으로 흑인과 라틴계 젊은이들이 향유하던 길거리 문화가 랩, 디제잉, 브레이크 댄스, 그래피티 아트 등으로 표현된 것을 힙합이라 부른다. 힙합이 미국을 벗어나 세계적인 문화로 자리잡은 지 오래지만, 우리에겐 여전히 낯설다. 지난해 봇물처럼 터졌던 국내 래퍼들의 '디스(랩으로 상대를 공격하고 깎아 내리는 것) 전쟁'을 보면서 "둘이 만나 풀면 될 걸 공개적으로 인신 공격하면 안 되지"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다수라는 게 단적인 증거다.

힙합 전문 대중음악평론가인 저자가 쓴 은 음악적 관점이 아닌 사회ㆍ문화적 관점으로 이를 풀어낸다. 힙합 음악의 역사나 계보도, 음악 리뷰를 담는 대신 힙합이 도시 빈민가에서 나오게 된 배경을 살피고 흑인 청소년들이 성공하기 위해 힙합에 매달리는 이유를 알아 본다. 래퍼들은 왜 그토록 마약과 총 이야기를 반복하고 자랑과 비방을 밥 먹듯 하는지, 전과가 쌓일수록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저자는 유명 랩 가사를 예로 들며 힙합 문화의 특징을 설명한다.

책은 아프로-아메리칸, 게토, 허슬, 스웨거, 랩 배틀, 동성애 폄하, 리스펙트 등 힙합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15개의 키워드로 나뉘어 있다. 랩은 미국 흑인 사회 고유의 언어 문화에서 태어났다. 미국 흑인 빈민가에선 성공하려면 농구선수나 래퍼가 되는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빈민가의 아이들은 돈 자랑에 허세부리는 랩 스타들의 노래를 들으며 하루하루 위험한 삶을 이어간다. 힙합 세계에서는 '스트리트 크레디빌리티'라는 게 있는데, 마약 판매 경험이나 전과, 갱단 경력이 있을수록 높은 인정을 받는 것을 가리킨다.

저자는 힙합을 둘러싼 대부분의 것을 "도덕과 윤리로 접근하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면서 "문화와 예술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랩 배틀에서도 랩의 운율적 표현, 화법과 장치 등을 살펴야만 핵심에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전설적인 힙합 그룹 N.W.A.의 멤버들이었던 이지-이와 닥터 드레의 랩 배틀, 저메인 듀프리와 닥터 드레의 디스 전쟁, 나스와 제이지의 신경전 등에서 저자는 힙합 고유의 멋과 태도를 읽어낸다.

힙합은 비뚤어진 하위문화의 결과물인지도 모른다. 남성우월적이고 여성비하적이며 동성애 혐오적인 태도는 당연히 불편하다. 저자도 무조건 옹호하진 않는다. 책 끝부분에 저자는 "부정적으로 비치는 힙합의 단면이 있다면 최종 판단과는 별개로 일단 그 맥락과 함의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미덕으로 보이는 힙합의 단면이 있다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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