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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독일 방문] "과거사 청산 덕에 유럽통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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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독일 방문] "과거사 청산 덕에 유럽통합 가능"

입력
2014.03.2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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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6일(현지시간) 독일을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과거사 왜곡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당초 박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주목됐지만 14년 지기인 '절친' 메르켈 총리가 이심전심으로 일본을 향해 할 말을 대신 해준 것이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이날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만찬 과정에서 나왔다. 박 대통령은 "독일이 철저한 과거사 인정과 반성을 통해 역내 주변국들의 신뢰를 확보했다"며 "이러한 독일의 노력은 평화협력의 질서를 함께 만들어가야 할 동북아 3국 모두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일본을 겨냥하는 선에서 그쳤다. 앞서 25일 네덜란드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막 끝내고 독일을 찾은데다 내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일 양국 순방을 앞두고 굳이 일본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과거 잘못을 저지른 독일이 다른 나라에게 무엇이라고 할 입장은 아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이내 작심한 듯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과거사를 청산할 수 있으며 앞을 바라보고 미래를 구상해야 한다"면서 "유럽통합이 가능했던 것은 과거사를 청산했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메르켈 총리가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독일 정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만행을 끊임없는 반성하고 청산하고는 있지만 일본이 함께 2차대전을 일으킨 국가라 동북아의 과거사 갈등에 대해 가급적 거리를 둬 왔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도 양국 정상이 만났는데 당시 박 대통령은 "일본이 역사를 바라보면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직설화법을 구사한 데 비해 메르켈 총리는 일본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려했었다.

따라서 메르켈 총리의 이번 발언은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일본의 도를 넘은 우경화 행태에 경종을 울리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의 중심국인 독일의 과거 청산 의지를 재차 강조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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