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준(57)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거액의 세금을 포탈한 신삼길(56) 전 삼화저축은행 회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벌금 150억원을 선고하면서 미납시 노역 일당을 3,000만원으로 책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 전 회장은 구속일수와 노역장 유치를 합쳐 벌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
27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최 후보자는 2009년 2월 서울고법 형사8부 재판장으로 있으면서 수출입용 금괴를 변칙 유통해 부가세 수백억원을 부정 환급 받은 혐의로 기소된 신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50억원을 선고했다.
신씨는 2008년 6월 1심 때는 징역 9년에 벌금 800억원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징역 9년에서 감형된 것은 물론 집행유예로 풀려 나왔으며, 벌금도 650억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신씨 입장에서는 9개월 사이에 지옥과 천당을 오간 셈이다.
최 후보자는 또 신씨가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1일 3,000만원으로 환산해 노역하도록 했으며, 신씨는 구속기간이 벌금 납부로 환산돼 130억원을 탕감 받았고 나머지 20억원 가량은 노역으로 전액 탕감 받았다. 1심 재판부도 벌금 800억원의 노역 환산액을 하루 1억원으로 정했으나, 노역장 유치기간을 3년 이하로 규정한 법규에 근접한 것이다.
신씨는 금지금(金地金ㆍ순도 99.5% 이상의 금괴) 무역을 하면서 수입원자재에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수출할 때 부가세를 돌려주는 제도를 악용해 1999~2004년 '폭탄업체'(세금을 내지 않고 폐업하는 업체) 32곳을 동원해 수백억원의 부가세를 포탈한 혐의로 2007년 구속기소 됐다. 1심 재판부는 신씨가 폭탄업체들과 암묵적이고 순차적으로 공모했다고 판단하고 폭탄업체와 관련한 모든 거래에 대해 공범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을 맡은 최 후보자는 신씨가 32개 업체 중 3곳과만 공모했다고 인정해 범죄 혐의를 크게 축소했다. 최 후보자는 판결문에서 "금지금 수요와는 상관없이 일정한 양의 수입과 수출을 반복하고 있는 신씨의 금지금 거래 행태로 보면 폭탄업체와의 공모 여부에 관한 강한 의심이 들지만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가장 최신 대법원 판례를 적용한 것이어서 판결에서 법리상 문제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의 절친한 친구로 당시 법정에 박 회장이 종종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신씨는 2009년 집행유예로 풀려 나와 삼화저축은행을 경영하면서 수백억원을 불법대출하고 정ㆍ관계 인사에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다시 철창신세를 졌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항소심 재판부가 좀더 엄격한 판단을 내렸다면 저축은행 사태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더구나 신씨의 금지금 무역은 외환위기 때 국민들의 '금 모으기' 운동에 편승한 탈세였다는 점에서 많은 지탄을 받았었다.
최 후보자측은 이에 대해 "노역 일당 3,000만원은 신씨의 재산 규모를 고려한 것으로 당시 같은 유형의 다른 사건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최 후보자는 박 회장은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덧붙였다. 최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내달 1일 열린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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