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이 불법 유흥업소 홍보 사이트 운영자가 단속 경찰관 전화번호를 수집해 회원인 유흥업소 업주들에게 제공해 온 사실을 알고도 이를 한 달 넘게 방치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유흥업소 단속 경찰관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유출시킨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김모(20)씨 등 2명과 전 성매매업소 업주 박모(3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유흥업소 홍보 사이트에 '경찰관 조회' 코너를 만든 뒤, 회원으로 가입된 업주들이 걸려온 전화번호를 직접 입력하면 손님을 가장한 경찰관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줬다. 경찰 조사결과 생활질서계, 여성청소년계, 파출소 등 부산지역 현직 경찰관의 휴대전화 번호 70개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은 올해 2월5일 이 같은 사실을 통보 받았지만 전화번호가 유출된 경찰에 대해 내사를 벌이지 않았고, 일부 경찰업무용 휴대전화 번호까지 유출됐음에도 번호 교체 등의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70명의 경찰관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인지 여부만 확인했을 뿐 유출 경로나 유흥업소 업주와의 친분 등에 대해 따로 조사하지 않았다"며 "공범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본보가 입수한 문건에는 일부 경찰 전화번호에 '중부 질서계', '부산진 단속반' 등 구체적인 내용까지 표기돼 있다. 때문에 유출된 번호가 어느 정도 유통됐는지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찰이 이를 방치한 건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단속 경찰관과 유흥업소 간의 유착 사실을 부산경찰청이 조직적으로 은폐한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정보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단속 경찰관의 업무용 전화번호를 1개월 단위로 변경하고, 단속 차량 번호도 바꿀 예정"이라고 밝혔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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