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국빈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베를린을 떠나 드레스덴으로 향하기에 앞서 숙소로 독일 통일과 통합과정의 주역들을 초대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로타 드 메지에르 전 동독총리, 라이너 에펠만 전 동독 국방장관, 이리스 글라이케 경제에너지부 정무차관, 요하네스 루데비히 전 경제부 차관 등 5명이었다. 외국 정상이 독일의 주요 전ㆍ현직 관료를 대거 초청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박 대통령은 이들로부터 독일의 경험과 우리의 통일 준비에 대한 조언을 진지하게 경청했다. 박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올해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5주년 되는 해인데 한국은 내년이면 벌써 분단 70년"이라며 "분단의 역사를 극복한 여러분이 통찰력과 지혜를 들려달라"고 말했다.
동ㆍ서독간 통일협상의 주역이었던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당시 통일방식에 관한 논의와 통일 관련 국제조약인 '2+4 조약' 체결까지의 협상과정을 설명했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우리의 상황과 유사점이 많은 부분이다.
서독과의 통일 협상을 진두 지휘한 드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평화적 시위 등 동독 주민들의 행동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서울에서 만난 드 메지에르 전 총리에게 "각별한 관심에 감사한다"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에펠만 전 동독 국방장관은 통일 당시 동독 군대의 감축과 동ㆍ서독간 군대통합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통일과정에서 북한의 급변사태나 주민들의 조직적 행동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대목이다.
루데비히 전 경제부차관(통일 당시 콜 총리 경제보좌관)은 동서독간 1대1 화폐통합 등 당시 경제통합 정책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배경을 조목조목 짚었다. 끝으로 글라이케 경제에너지부 정무차관은 동ㆍ서독간 경제격차 해소를 위한 독일정부의 정책을 소개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앞으로 우리가 보다 철저하게 통일을 준비하는 데 있어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베를린=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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