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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단녀 늘린다며 워킹맘엔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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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단녀 늘린다며 워킹맘엔 뒷짐

입력
2014.03.2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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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지점에서 7년째 근무중인 김선주(가명ㆍ32)씨는 2살짜리 아들이 있다. 매일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나설 때면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런 그에게 최근 희소식이 전해졌다. 워킹맘을 위한 시간제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김씨는 육아휴직이나 퇴사를 고민했던 차라 자신도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인력관리부서에 물어봤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일반 정규직은 시간제 근무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은행권에서 정부의 일하는 여성 지원 정책에 따라 경력단절 여성을 채용하고 있지만, 여성들이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워킹맘 보다는 정부를 의식한 '보여주기 식'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들의 경력단절여성(경단녀) 채용이 늘고 있다. IBK기업은행이 지난해 8월 금융권 처음으로 시간선택제 근로자 109명을 뽑은 이후 신한은행(200명)과 우리은행(200명)이 올 초에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다. 20ㆍ30대에 은행권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중년 여성들의 지원열기가 대단하다. 이들은 창구텔러ㆍ사무지원ㆍ전화상담원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하루 4시간 정도의 반일제 근무형태라 가사도 챙겨야 하는 기혼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28일 합격자 발표를 앞두고 있는 신한은행 시간제 리테일서비스직(창구직)의 경우 200명 선발에 2만명이 몰려 1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우는 은행마다 차이가 있다. 신한과 기업은행 정도만 정년이 보장되고 우리은행은 1년간 계약형태다. 은행 전반으로 확산될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 않은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간제가 필요치도 않고 은행업무가 개인정보 등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중"이라며 "정권이 바뀌면서 이명박 정부가 독려했던 고졸 채용 열풍이 주춤한 것처럼 지금의 여풍도 몇 년 내 가라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은행들은 경단녀 채용에만 초점을 맞출 뿐 현재 근무하는 워킹맘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앞에 소개한 김선주씨 경우처럼 근무시간 선택제를 지원하기도 힘들고, 남성 직원들의 경우 육아휴직은 아직도 '남의 나라 얘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직장 내 보육시설도 부족하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경단녀 신규 채용에만 보조금을 주다 보니, 기업들의 기존 직원들에 대한 육아고충 해결 노력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며 "복지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육아 등의 사유가 있을 때 피고용자에게 시간제로 전환을 청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과 함께 시간제에 적합한 직무와 양질의 일자리 발굴을 위한 기업의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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