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김황식 전 총리가 선거 승리에 매몰돼 초심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노골적인 박심(朴心) 마케팅으로 갈등을 유발하고,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두고서다.
그간 박심 논란의 한가운데 있어온 김 전 총리는 27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를 오히려 부추겼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던 많은 분들이 저희 캠프에서 일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친박계의 조직적 지원을 기정사실화했다. 최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통화 사실을 공개한 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서울시장 경선 후보 컷오프 과정에 가세한 것도 마찬가지다. 당 공천위원회가 지난 25일 예정대로 3배수로 압축했다가 돌연 양자 경선을 검토해 '친박의 김황식 밀어주기'의혹이 이는 상황에서 김 전 총리는 "2자 대결이 원칙에 더 합당하다"고 주장해 논란을 확산시켰다. 그러다 이날 오후 3자 경선이 확정되자 김 전 총리 측은 "중앙당 경선관리의 무원칙과 무능을 용납할 수 없다"며 당 공천위로 화살을 돌렸다.
당 안팎에선 김 전 총리의 박심 마케팅을 지지율 정체에 따른 조급함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몽준 의원과의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서울시정에 대한 비전과 정책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보다 손쉬운 지지층 편가르기를 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당내 후보선호도에서 김 전 총리는 여전히 정 의원에게 많게는 20%포인트 가까이 뒤지고 있다.
김 전 총리 측이 최근 발표된 일부 여론조사에 대해 이해하기 어려운 트집을 잡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김 전 총리 캠프는 전날 보도자료에서 사실상 당일 발표된 한국일보ㆍ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를 겨냥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해당 여론조사에선 당내 후보선호도의 경우 김 전 총리(27.9%)가 정 의원(45.6%)에게 17.7%포인트 뒤지고, 양자대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원순 시장(57.0%)과 김 전 총리(37.1%)간 격차가 19.9%포인트였다.
김 전 총리 측은 "지난 14일 귀국 후 지지율 상승 추세와 다르다"며 리얼미터(16~18일 조사)와 글로벌리서치(17일 조사) 조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박 시장과의 맞대결에서 김 전 총리의 지지율이 41.2%로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는 자동응답방식(ARS)인데다 최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 중 40%대를 기록한 유일한 조사다. '김 전 총리(38.4%)가 정 의원(39.7%)과 초접전 양상이었다'고 인용한 글로벌리서치 조사는 세 후보를 모두 아는 유권자가 대상이어서 단순선호도 조사와 비교하는 건 말이 안된다. 글로벌리서치 조사에서도 단순선호도는 김 전 총리가 정 의원에게 13.7%포인트 뒤처졌다.
게다가 당 공천위가 컷오프의 근거로 삼은 여의도연구원 조사에서 김 전 총리(25%)는 정 의원(41%)에게 16%포인트나 뒤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코리아리서치 조사와 유사한 흐름인데도 김 전 총리 측은 '지역매체, 선거 여론조사 조작 속출' 기사를 보도자료에 인용하면서 이를 코리아리서치 조사 결과와 오버랩시키는 무리수까지 뒀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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