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국빈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독일 통일과 번영의 상징적 도시인 드레스덴에 발을 디뎠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옛 동독 지역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한때 '엘베강의 진주'로 불린 동유럽 문화의 중심지였다가 2차 세계대전 말기 불바다가 된 드레스덴은 통일 후 전통문화와 첨단과학이 어우러진 재건도시라는 점에서 우리에겐 통일 한반도의 도시 모델이나 마찬가지다. 통일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방문 자체가 '통일 후 북한 재건' 의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첫 방문지로 택한 '성모교회'도 바로 이런 통일 행보의 상징적 의미를 담은 곳이다. 바로크 양식의 대표적 건축물로 꼽히는 이 교회는 1945년 2월 연합군의 대공습으로 드레스덴 도심 대부분이 파괴되고 수만명이 희생될 때 함께 무너졌다. 동독은 연합군의 만행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교회의 앙상한 몰골과 잔해더미를 수 십 년간 방치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12월 바로 이 폐허의 광장 앞에서 헬무트 콜 당시 서독 총리의 기념비적인 연설이 이뤄졌다. 운집한 동독 주민들에게 "친구들이여, 우리의 동포를 버리지 않겠다"며 적극적이고 조속한 통일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통일 이후 폐허였던 성모교회를 복원하기 위한 모금 운동이 민간을 중심으로 벌어져 독일뿐만 아니라 전세계 20개국에서 성금이 답지했다. 전쟁의 상흔을 기억하기 위해 잔해에서 수습한 석재 3,800여개가 재사용되는 등 12년의 복원 사업 끝에 2005년 완공됐다.
당시 완공식에 참석한 독일인들은 "이제야 유럽의 큰 상처가 아물었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박 대통령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성모교회는 통일 후 재건과 시민들의 참여를 대변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성모교회는 재건 과정에서 평화와 화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교회 돔 꼭대기의 황금색 십자가를 제작한 영국인 앨런 스미스가 바로 드레스덴을 폭격한 연합군 조종사의 아들이고, 어린 시절 드레스덴 공습을 목격한 1999년 노벨의학상 수상자 그룬터 블로벨은 상금 전액을 교회 복원에 기부했다. 청와대 측은 "성모교회의 성공적 복원은 한반도 통일 후 우리 문화유산의 보존과 정책방향과 관련한 시사점을 찾는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드레스덴 재건은 또 첨단 과학산업의 발전과 함께 이뤄졌다. 인도 53만명의 소도시지만, 반도체와 IT 분야의 AMD 인피니온 등 1,500여개 기업이 4만8,000명 이상의 인력을 고용하며 유럽 최대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3만5,000여명이 재학중인 드레스덴 공대를 비롯해 세계적인 연구기관들도 자리잡고 있다. 드레스덴을 대표하는 기업들과 연구소들은 대부분 통일 이후 유치됐다.
박 대통령은 28일 드레스덴 공대를 찾아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뒤 한반도 통일의 청사진을 담은 통일 구상을 발표한다.
드레스덴=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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